|
개천절인 지난 3일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신고하자 정부는 ‘강경 대응’을 시사하며 광화문 광장 일대를 차벽으로 차단하고 서울 주요 도심 일대에 경력을 대거 투입했다. 지하철 역시 광화문역·시청역 등을 8시간 이상 무정차 통과했다.
이에 따라 집회 차단을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차벽으로 원천 봉쇄한 것은 과잉 조치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방역 강화 기준이 특정 장소에만 적용된다는 점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집행은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광화문 집회에만 적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법을 어기겠다고 하면 선제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법을 준수해 진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차벽 등)조치를 하니 모양새가 오히려 우스워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집단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극 방역조치를 하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놀이공원이나 쇼핑몰, 공항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 동일하게 조치를 해야하는데 광화문에만 적용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회와 시위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방역만을 위해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건 과도할 뿐 아니라 의도가 달리 읽힐 수 있다”며 “실내도 아니고 야외에서 진행되는 집회는 ‘2m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만 잘 지켜서 하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개천절 때 겪은 불편이 한글날에도 이어질까 우려했다. 광화문역 인근 편의점 점주 A씨는 “개천절 당일 거리가 차벽으로 다 통제돼 장사를 아예 하지 못했다”며 “안 그래도 힘든데 하루 동안 타격이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
|
일부 보수단체는 정부의 방침에도 ‘드라이브 스루(차량)’ 집회가 아닌 광화문 광장에 직접 모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글날 1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한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집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집회를 하는 것”이라며 “집회가 막혔다고 (차량 시위 등) 다른 방식으로 집회를 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 인도 및 3차로·세종로소공원 앞 인도 및 3차로에서 각 1000명 규모의 집회를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비대위는 명부 작성 및 방역담당 의료진을 배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안전한 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집회의 금지·제한 통고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와 경찰은 한글날 집회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5일 “경찰과 함께 집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이날 “개천절 차벽 설치 등 조치는 불가피했다”며 “한글날에도 불법 집회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