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이용자 늘면 메모리 수요도 커진다… 업황 터닝포인트"

반도체산업협회, 반도체 현황·기술 전망 다룬 발전전략포럼
삼성, 불황 후 실력가를 반도체 개발…웨이퍼 측정공정 강화
SK, CPU 대체할 메모리에 방점…안정적 소·부·장 협력 강조
  • 등록 2023-02-23 오후 5:05:22

    수정 2023-02-23 오후 7:47:05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회복은 챗GPT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일 서울시 강남구 보코서울강남에서 열린 ‘민관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유치 체결식 및 발전전략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에 관해 발표하며 이처럼 전망했다. 이용자 숫자에 따라 AI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달라지고, 더 나아가 서버 및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더 나아가 메모리 업황이 나아지려면 재고 감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이승우 센터장의 진단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보코서울강남에서 열린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유치 체결식 및 발전전략포럼’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소부터 이뤄져야”

이 센터장은 “챗GPT의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D램 용량은 1만1360기가바이트(GB)인데, 작년 D램의 총 수요는 223억GB였다”며 “AI 학습 자체가 메모리 수요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업계의 감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논리다. 다행히 SK하이닉스(000660)와 미국 마이크론 등 국내외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2분기까지는 메모리 재고가 증가하다가 하반기부터는 업계의 메모리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진단이다. 동시에 이들 반도체 기업은 당장의 불황에 굴하지 않고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SK하이닉스는 자체 연산이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CPU·GPU 돕는 방향으로 가야”

이날 포럼에서 이성훈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공정기반기술 담당 부사장은 “메모리는 이제 데이터를 임시로 혹은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해 연산을 돕는 메모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PIM(프로세싱인메모리) 기반 GDDR6-AiM(엑셀러레이터인메모리) 등 CPU 연산을 돕는 메모리를 개발했다. 지금은 간단한 연산을 돕는 정도지만, 메모리 자체가 CPU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미래 메모리의 핵심 사용처가 될 자율주행차, AI 등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양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나노 공정의 한계로 인해 3D D램이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얼마나 좁은 선폭의 회로를 그리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스케일링의 한계가 도달하고 있다”며 “D램의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 3D, 4D까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훈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공정기반기술 담당 부사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보코서울강남에서 열린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유치 체결식 및 발전전략포럼’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이 부사장은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의 협력 체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제조사를 떠나 장비, 소재 등 모든 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역시 안정적인 소부장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상진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정개발팀장 상무는 “설계와 공정, 설비, 소재 등이 잘 갖춰져야 제대로 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계측 공정도 중요…무엇보다 인재육성부터”

현 상무는 MI(계측) 공정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봤다. MI는 생산된 웨이퍼를 검사하는 공정으로, 수율 향상과 고품질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는 “과거에는 웨이퍼를 만들기까지 2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지금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MI 공정 속도를 높여, 라인에서 바로 공정의 정확도를 측정하고 수율을 예측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현상진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정개발팀장 상무가 23일 서울 강남구 보코서울강남에서 열린 ‘민관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유치 체결식 및 발전전략포럼’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반도체 인재 육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총사업비 2228억원 규모의 ‘민관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양성사업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박사과정 인력이 산업계 수요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 기업이 요구하는 전문역량을 보유한 고급인력으로 양성하는 사업이다. 기업이 직접 발굴하고 제안한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기업은 대학의 인력을 활용해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대학의 경우 기업의 과제를 수행해 기업과의 기술 간극을 해소하고 실전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식이다. 이 인력양성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2365명 이상의 실전형 석박사 고급인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업계는 반도체 첨단기술 확보 및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과제 발굴부터 기업 엔지니어의 기술멘토링을 통한 대학의 산학 R&D 지원까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민관공동 R&D 과제기획 때 반도체 선단기술개발 및 애로기술 해소를 위한 과제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정부는 올해 R&D 과제 47건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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