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태만으로 사기범 놓쳤다"…피해자들, 정부에 소송 걸었지만 패소

P2P대출 중개 '높은 수익' 약속…투자금 유치 후 잠적
경찰 인적사항 특정 못 해, 주범 해외로 도피
피해자 "게으른 경찰 수사로 주범 놓쳐…국가가 배상"
法 "고의로 직무상 의무위반행위 인정 어려워"
  • 등록 2020-07-30 오후 3:33:58

    수정 2020-07-30 오후 3:33:58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투자사기로 돈을 잃은 피해자들이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로 용의자가 외국으로 도피해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최근 사기 피해자 정모씨 등 100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금 등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펀딩 사이트를 통해 P2P(개인간)금융 대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A핀테크 대표 홍모씨와 실질 운영자인 전모씨는 대부업체도 함께 운영했다. 투자자들이 대출상품에 돈을 투자하면 다시 그 돈을 담보를 받고 빌려주는 식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통해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다만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뒤 이들은 잠적했다.

이에 정씨 등 피해자 100명은 2018년 4월 23일 홍씨와 전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즉시 법인등기부 등을 열람해 대표이사인 홍씨의 인적사항을 특정했으나, 전씨에 대해서는 고소장에는 물론 법인등기부에도 인적사항이 없어 신원을 특정할 수 없었다. 고소장 작성 당시 피해자들은 전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사무실 주소만을 특정했을 뿐 생년월일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은 고소장에 기재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고소장에 기재된 전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했고, 출석을 요청하면서 출생연도를 확인했다. 경찰은 전씨가 ‘1959년생’이라고 답변함에 따라 같은 해 5월 초 서울 강서구에 주소를 둔 1959년생 전씨를 피고소인으로 특정하고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5월 14일경 경찰 조사 끝에 전씨의 실제 인적사항이 1960년생인 게 확인됐고, 출국금지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변경했지만 전씨는 이미 4일 전인 10일에 외국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체포영장과 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발부받는 등 검거 노력을 했지만, 2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전씨에 대한 검거 소식을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주범이 체포되지 않아 극심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정부가 피해자 모두에게 1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지난해 10월 민사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경찰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전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전에 출금금지를 했더라면 해외도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선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구체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상당성 역시 있어야 한다”설명했다.

이어 “담당 수사관들이 전씨의 인적사항 파악 및 출국금지 신청조치를 취함에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직무상의 의무위반행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또한 그 탓에 원고의 권리·이익이 침해돼 구체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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