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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에게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이 5번째 연장 조치다.
기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잠재리스크 확산 등을 이유로 이달 관련 지원책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ㆍ금리ㆍ환율 등으로 인해 경제ㆍ금융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불가피하게 만기연장ㆍ상환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게 됐다.
다만 금융위는 이번 재연장 조치는 과거 4차례 연장과 다르게 차주들의 ‘금융 정상화’를 연착륙 작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금융사들에게도 자율협약을 둬 부담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연장 조치는 지원 종료일을 못박았으며, 차주들에게는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는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도록 하면서 대출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권 반응은 미온적이다. 자율협약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기존 조치의 강제 재연장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특히 기존 6개월에서 연장기한이 최장 3년으로 불어나면서 오히려 리스크 부담 기간만 늘렸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만기연장ㆍ상환유예 조치제도를 종료하고 은행 자율로 연착률 조치를 마련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불가피하게 연장을 하게 될 경우 이자유예만큼이라도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권은 이자유예의 경우 이자를 낼 돈조차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만기연장 및 원금유예보다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연체를 내지 않아도 연체율에 집계되지 않다보니, 연체율이 최저점을 기록하며 ‘착시현상’을 보였다. 실제 금감원 따르면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2%로 역대 최저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 경기악화가 됐으니, 아마 그간 부실차주는 더 늘었을 것”이라며 “기존에 충당금을 쌓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하고 있고, 특히 이번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기간이 3년으로 늘면서 은행들의 충당금 이슈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신뢰가 낮아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1~3년 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또 다시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금융위는 지원 연장을 결정하며 9월 말 종료를 못박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위 입장은 미묘하게 변화해왔다. 이번에도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상환유예 추가 연장 가능성에 대해 “내년 9월 종료 가능할 것으로 전망”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도 재연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은행이나 차주들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부실차주를 한번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위기가 짧으면 이연시키는 게 최선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위기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선 (부실 대출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가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면서 지금보다 어려워지는 차주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텐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