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축아파트의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집값 하락에 매수수요가 실종된 상황에서 개발 호재가 풍부한 구축에 밀리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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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의 5년 이하(사용승인 시점 기준)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연초대비 2.3%포인트 떨어진 93.6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는 95.8에서 94.4로 1.4%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고, 10년 초과∼15년 이하는 96.3에서 94.6으로, 15년 초과∼20년 이하는 96.3에서 95로, 20년 초과는 96에서 94.3으로 변동 폭이 작았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신축아파트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준공된 강동구 ‘고덕자이’는 이달 2일 전용 84㎡가 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가 지난해 11월 12억500만원에 거래됐음을 고려하면 두 달여 만에 2억7500만원이 하락한 셈이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최고가 16억8000만원 대비로는 44%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2단지’는 지난 5일 전용 84.97㎡가 9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13억원에 거래됐음을 고려하면 8개월여 만에 4억원이 하락했다.
전셋값 또한 신축 아파트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7일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5년 이하 신축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준공 5년 이하 아파트는 지난해 평균 7억2442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평균 6억4186만원에 거래돼 8256만원(1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초과~10년 이하는 평균 7억5159만원에서 평균 6억8565만원으로 6594만 원(8.8%) 떨어지는데 그쳤다.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5314만원(6억6885만원→6억1571만원), 15년 초과~30년 이하 아파트는 4141만원(5억4240만원→5억99만원) 하락폭을 보였다.
| 서울 아파트 연령별 매매지수 (자료=한국부동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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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부동산 급등기에 큰 폭으로 올랐던 신축 아파트의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도 있지만 ‘갭투자’ 수요가 많은데 전셋값이 빠지면서 투자수요가 줄자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컸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이어가면서 개발 호재가 있는 구축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영향도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쾌적한 정주 여건, 커뮤니티 편리함 등으로 구축보다 신축의 상승폭이 컸다”며 “하락기엔 급등 이후 가격 피로감뿐만 아니라 재건축 규제 완화 호재가 있는 구축에 밀리면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집값 급등시기엔 신축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입지보다 연령이 메리트로 작용해 크게 올랐다”며 “현 정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기조로 호재가 있는 구축보다 신축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