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워서 자해"…4년새 7배나 증가한 청소년 자해 상담

자해 상담, 2015년 4000건→2018년 2만 8000건 폭증
"자살송 등 자살·자해 유도하는 콘텐츠 범람 영향"
"죽기 위한 자해는 드물어…콘텐츠 막고 청소년 상담 강화해야"
  • 등록 2019-05-29 오후 4:39:00

    수정 2019-05-29 오후 4:39:00

청소년 자해 인증샷 이미지 (사진=온라인 갈무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인증샷’이나 ‘자살송’ 같은 자해 관련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자해 관련 상담을 받은 청소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자해에 관련된 청소년 상담 실적이 2만 7976건에 달했다. △2017년 8352건 △2016년 5673건에 비해 급증했고 2015년(4000건)에 비해선 7배나 높다.

지난해 자해 상담을 받은 청소년이 급증한 것은 온라인을 통해 자해 관련 콘텐츠가 유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자살송이나 자살인증 같은 자해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범람한 것도 상담 실적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민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해를 저지르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개발원이 남녀 중·고등학생 6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2.8%가 자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의 자해 유형으로는 ‘자신을 깨물었다’는 응답이 48.4%로 가장 많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았다 35.5% △고의로 자신을 때렸다 28.4% △상처가 날 정도로 피부를 긁었다 24.5% 순이었다.

자료=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고의적 자해(자살)은 청소년 사망원인 1위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자해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죽음까지 고민하는 경우는 적다는 게 설명이다. 실제로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들도 자해 이유로 ‘관심을 받고 싶었다’거나 ‘스트레스 해소’ 등을 꼽기도 했다. 개발원에서 상담을 받은 한 청소년은 “(자해가) 내가 이만큼 힘들다는 걸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래야 부모님이 내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줄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청소년 자해는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극심한 부정적인 감정 해소와 부모·친구 등 타인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호소 표현을 자해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생 때부터 스트레스 대처방법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가부는 최근 ‘고위기 전담 청소년동반자’ 제도를 신설해 자살·자해 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상담 지원한다고 전했다. 또 자살송 등 자살·자해를 조장하는 콘텐츠 등을 모니터링해 심의·차단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등과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개발원도 자해 상담개입 매뉴얼을 개발해 17개 시도 권역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전국 400여개 청소년관련지원센터에서 자해 상담개입 전문가 1000명을 양성할 예정이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모르는 상태에서 SNS를 통해 자해관련 매체를 쉽게 접하고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해맞춤형 상담·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해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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