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존 F. 케네디 전(前)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RFK) 주니어가 민주당을 탈당해 내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정치 명문가 출신이면서 극우적 음모론을 주장했던 케네디의 무소속 출마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내년 대선에 미칠 유불리 계산에 분주하다.
|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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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케네디는 이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대신 무소속으로 내년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케네디 전 미 법무장관의 아들로 지난 4월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케네디는 “우리는 양당과 두 당을 지배하는 부패한 이해관계, 조작된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치 명문가 출신인 케네디의 탈당에 민주당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친인 조셉 케네디가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케네디 가문은 수십년 동안 민주당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실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선 케네디는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케네디 가문의 후광에 더해 고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더해진 결과다.
케네디가 이 지지세를 이끌고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주 로이터·입소스가 공개한 3자 가상대결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3%,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가 각각 31%, 14%의 지지율을 받았다. 찰스 윌슨 민주당 워싱턴DC 위원회 의장은 “(내년 대선은) 매우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 모든 표가 중요하다”며 “장밋빛 시선으로 선거에 임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케네디의 무소속 출마를 마냥 반길 순 없는 입장이다. 그간 케네디가 민주당 소속이긴 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거나 미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방해한다고 말하는 등 극우적 음모론을 펴왔기 때문이다. 케네디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공화당 지지층 중 극우파 표를 일부 가져갈 수 있다. 그간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해 온 ‘큰손 후원가’인 티머시 멜론은 이번엔 케네디에게 500만달러(약 68억원)을 후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RFK에 반대하는 23가지 이유’란 메일을 배포하며 케네디의 무소속 출마 파장을 견제했다.
케네디도 자신의 무소속 출마가 대선 출마에 미칠 파장을 의식하듯 “민주당은 내가 바이든 선거를 망칠까 두려워하고 공화당은 내가 트럼프 선거를 망칠까 두려워한다”며 “둘 다 맞는다. 두 사람 모두를 망치는 게 내 의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