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처럼 따랐는데"…만취운전 사고 숨진 후배에 뒤집어 씌운 해군선배

도주치사·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檢송치
경찰 "혈중알코올농도 0.109%로 추정"
"사고 직후 도주…숨진 동승자가 운전 허위진술"
유족들 "다시는 음주운전 사고 없었으면"
  • 등록 2018-11-27 오후 3:03:38

    수정 2018-11-27 오후 3:03:38

지난 9월 24일 오전 5시 30분쯤 서울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 편도 3차선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당시 사진.(사진=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음주사고를 낸 뒤 숨진 동승자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조모(25)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9월 24일 오전 5시 30분쯤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던 중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 편도 3차선 도로에서 1차선으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택시와 사고를 낸 뒤 중상을 입은 동승자를 둔 채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만취상태로 30km 가량 운전하다 사고나자 도주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9월 24일 경기도 안산시 중앙동 일대에서 전날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전역 휴가를 나온 대학 후배이자 해군병장인 이모(24)씨와 함께 귀가하기 위해 어머니 차량을 타고 서울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안산에서 출발해 서울에 진입한 조씨는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으로 약 시속 15km로 달리던 중 중앙선을 침범했고 반대편에서 시속 100km로 달려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서 동승하고 있던 이씨는 열린 창문으로 튕겨져 날아가 머리를 크게 다쳤다. 조씨는 충격으로 차 밖으로 밀려나오긴 했지만 처음 충돌했을 때 에어백이 터지면서 얼굴에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

사고 직후 조씨는 사고 현장에서 약 2m가량 떨어진 곳에서 현장을 지켜보다 도망쳤다. 이씨는 머리에 중상을 입은 채 10분간 방치됐다가 목격자가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 발생 22시간 만에 숨졌다.

사고 초기 “후배가 운전해” 주장…CCTV로 거짓말 들통

경찰은 사고 직후 차적 조회와 폐쇄회로(CC)TV 동선 등을 살펴본 후 도망친 조씨의 신원과 주소지를 파악해 이날 오후 3시쯤 조씨를 소환해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날 소환조사에서 조씨는 “후배 이씨가 운전을 했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했고 “술에 취해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의 진술과 다른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이를 수상히 여기고 수사를 이어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이씨는 면허가 없었고 조씨가 이씨에 비해 크게 다치지 않은 점 등을 참고해 조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과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살펴본 결과 조씨가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운전석 에어백에서 조씨의 DNA(유전자정보)가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조씨의 혈중알콜농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 달간 안산시 일대를 집중 탐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씨 일행이 방문한 술집 영수증과 술병 등을 전수 조사했고 위드마크 공식(음주량·체중 등을 토대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는 방식)을 적용해 조씨의 혈중알콜농도가 사고 당시 면허 취소 수준인 0.109%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9월 24일 오전 5시 30분쯤 서울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 편도 3차선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당시 사진.(사진=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피해자 유족 “음주운전 사라지길”

사고 초기 혐의를 부인했던 조씨는 경찰이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한 추가 조사에서 “음주운전이 발각될까 걱정도 되고, 후배가 위중한 모습에 두려워서 그대로 떠났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이씨의 어머니는 “형제가 없던 아들이 고등학교 2년 선배였던 조씨를 친형처럼 좋아했다”며 “해군에 지원한 이유도 친형 같던 조씨가 해군에 입대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된 패딩 하나 사주지 못했어도 불평 하나 없었던 아들이었다”며 “조씨가 사고 당시에 곧바로 연락해줬으면 아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씨의 아버지도 “조씨의 부모를 용서할 수 없다”며 “다시는 음주운전이라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조씨와 부딪친 택시운전기사 박모(45)씨도 도로교통법 위반(과속) 혐의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당시“시속 100km 가량의 속도로 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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