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에도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도 없이 상대방이 전향적인 자세를 갖춰달라며 여론전을 벌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광주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린 점은 못내 아쉬운 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시바삐 외교 공백을 메워야 할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일을 시작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간절한 민심을 다시 한 번 전하겠”다며 국민의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靑 한미정상회담 코 앞, 외교부 장관 없이 힘들어
여소야대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압박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스스로 세운 인사원칙에 벗어난 부적격 후보를 추천한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크다. 강경화 후보자 내정을 철회하고 역량이 준비된 인사를 조속히 발탁해 주시길 바란다. 국회의 판단을 존중해 통 크게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협치요, 국익이다. 대통령이 인사원칙 공약파기에 이어 협치마저 파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오는 14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하지만,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볼 때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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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권이 부적격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14일이 지난 후 기일을 정해 다시 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요청해도, 강 후보자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개별 접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의 부적격 방침에 수정을 가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에 대한 설득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정무라인도 야당 의원들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지도부가 정략적으로 부적격 당론을 정해서 그렇지, 일부 의원들은 강 후보자 임명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당도 그렇지만) 바른정당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이혜훈 의원 등이 강 후보자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 분들이 활발하게 얘기해서 당내 분위기를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 밖에 안됐다. 처음에는 출발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전제로 야권을 설득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나와 “앞으로는 인사청문회를 장관이나 다른 중요 부처의 경우에도 (국회의) 임명 의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이런 주장이 있는데요. 그런 것들을 논의하면서 이번에는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당과 논의의 틀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인준 투표는 총리나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에 한정해 이뤄지는데, 이것을 일부 장관 후보자까지 확대하자는 얘기이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맞바꾸자는 것으로, 이같은 방안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