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약 30조 5000억 원의 역대급 순손실을 기록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8월 고개를 숙이며 한 말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적자를 낸 상황에서 핵심 인력 이탈까지 이어지자 손정의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프트뱅크가 비전펀드 3호 출범을 검토 중인 가운데 회사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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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및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비전펀드를 떠난 소프트뱅크 주요 임원은 11명에 달한다. 이 중 3명은 소프트뱅크에 10년 이상 몸 담았던 인물이다.
가장 최근 비전펀드에서 손을 뗀 인물은 비전펀드를 총괄했던 라지브 미스라 부사장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를 구축할 때 참여한 핵심 인물로, 손정의 회장의 ‘오른팔’로도 통한다. 다만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질타를 받자 임원직 및 부사장직을 모두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비전펀드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비전펀드 핵심 인력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과 함께 약 140조 원을 투자해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다. 소프트뱅크는 1·2호 펀드를 통해 세계 470여 개의 IT 기업에 투자했다.
비전펀드 2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2호를 통해 유럽 핀테크 업체 클라나 등에 투자했지만, 증시 폭락으로 19%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다.
만회 나선 손 회장…옛 명성 되찾나
손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만회하고자 오랜 인연을 맺어온 우버와 알리바바 지분을 처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올해 4~7월 사이 우버 잔여 지분을 주당 평균 41.47달러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의 우버 평균 취득가는 34.50달러였다. 곧이어 회사는 알리바바 지분 일부(9.1%)를 매각해 약 44조 4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이번 지분 처분이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 매각으로 회계상 이익을 시현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운영 시스템을 손봐야 고질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는다. 피치북은 “손정의 회장은 파트너를 비롯한 회사 주요 전문가들에게서 조언을 구하지 않은 채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 회사를 재편하고 있다”며 투자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소프트뱅크의 자본 조달이 향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2차 펀드 조성 당시 1차 펀드의 손실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피치북은 “파트너를 속속 잃는 기업은 미래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펀드 출자자들에게 있어 일관된 리더십은 중요한 요소다. 회사에 리더가 없으면 투자하기 어렵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