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계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은 계엄령의 의미와 달라지는 일상을 정확히 알지 못해 혼란이 가중됐다.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커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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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만난 한 식당 사장 A(46)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정쯤 식당 문을 닫았다고 했다. 평소라면 새벽 2시까지 운영했을 테지만, 2시간이나 일찍 장사를 접은 것이다. A씨는 “손님들은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식당을 빠져나갔고, 나 역시 무서워서 가게를 닫고 집에 가버렸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충남 천안에 사는 직장인 정혜린(25)씨는 전날 밤 계엄 소식이 알려지자 휴대폰에 불이 났다. 정씨는 “당장 내일 외근이 있는데 출근은 해도 되는 건지도 상황파악이 안 됐었다”며 “자야 하는데 마음이 심란해 내내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들은 45년 만에 내려진 계엄령이 정확히 무엇인지, 당장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해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던 직장인 송은지(32)씨는 “영화나 책, 교과서에서나 계엄을 봤지 이게 내 삶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당장 이 사태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했다가 감시당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고등학생 양정훈(16)군도 “막 잡아가고 고문하는 게 계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뭐가 달라지는 건지는 모르겠다”며 “계엄이 정확하게 뭐냐”고 되묻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도 유포됐다. X(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학교에는 모두 휴교령이 내려졌다’거나 ‘밤 11시 이후로 통행하면 체포된다’는 문구가 윤 대통령의 담화 화면 사진과 함께 퍼지기도 했다. 또 사당역 인근에서 장갑차 한 대가 지나가는 사진도 공유됐으나, 이는 실시간으로 찍힌 사진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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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정국에 밤사이 코스피200 야간선물 옵션, 암호화폐 등도 한때 급락하는 등 증시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과 업계 종사자들도 마음을 졸였다. 코인 투자자인 진모(25)씨는 “밤에는 실시간으로 코인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거래소 어플은 다운돼 들어가지지도 않았다”며 “당장 오전에 계엄은 해제됐지만 워낙 상황이 불확실하니 거기에 들어가 있는 내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고 한탄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도 “장이 너무 걱정돼 차라리 안 열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며 “전 직원 7시 근무 지시가 내려와 출근 시간도 앞 당겨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번 비상 계엄령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이후 45년 만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다만 국회는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안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헌법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30분 긴급 담화를 열고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령 선포 6시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