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뒷전, 예타 기준만 `1000억` 상향…국가 재정은 `거덜`(종합)

12일 국회 기재위 경재재정소위
예타 면제 기준, 24년만에 개정
총선 1년 앞두고 `선심성 사업` 남발 문제
`안전바` 없는 재정준칙…국가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
  • 등록 2023-04-12 오후 5:11:30

    수정 2023-04-12 오후 5:11:30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국가 재정의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이 12일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신동근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다만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보장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 처리는 또다시 뒷전이 됐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빚더미에 앉은 대한민국’이라는 비판에도 국회가 ‘재정 둑’을 허물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급한 민생법안은 다 내버려두고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사업’만 남발해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타 대상사업 면제 금액 기준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천억원·국가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개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예타 면제 기준이 변경되는 것은 예타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개정안은 SOC 사업의 범위를 도로, 철도, 도시철도, 항만, 공항, 댐, 상수도, 하천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건설공사로 명문화했다. 즉,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총사업비가 1000억원이 넘지 않는 도로, 철도, 항만 등 사업은 예타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간 국가 경제와 재정 규모의 변화를 고려, 예타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란 반박에 개정돼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 경제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올려 대형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논의가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간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던 기재부도 경제 활성화 추진의 필요성을 이유로 들며 예타 기준 상향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예타 기준 완화와 함께 추진돼야 할 ‘재정준칙’ 도입은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은 비판점으로 남는다. 당초 여야는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면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과 연계해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당 반대로 재정준칙 법제화 합의가 지연되면서 예타 면제 기준 상향부터 처리했다.

예타 기준이 완화될 경우 사업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천문학적 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다. 또 재정준칙의 한계선 없이 예타 기준만 완화할 경우, 상임위에 계류된 민생 법안을 제쳐두고 선심성 사업·공약을 남발해 재정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중에는 재정준칙을 논의하지 않고 5월 임시국회에서 재정준칙을 논의할 방침이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재정준칙은 여야 공감대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생각했고 법안 문구까지 만들었다”며 “다음 심사에서 의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갑자기 미뤄졌다”고 예타 면제 기준 완화 내용을 우선 처리한 배경을 설명했다. 소위 위원장이자 야당 간사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미 작년 12월에 여야가 잠정 의결했던 내용”이라며 “별 이의 없이 정부도 같이 동의해 통과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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