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삼성전자가 착공 당시 밝힌 건설 비용인 170억달러(약 22조3000억원)에서 80억달러 넘게 늘어난 수치다. 환율 상승분까지 고려했을 때 한화로 환산하면 기존 계획보다 13조원가량 비용이 불었다.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팹은 2024년 하반기 가동할 약 500만제곱미터(㎡) 규모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현재 삼성이 테일러 팹에 투입한 금액은 당초 발표한 투자 금액(170억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반 수준으로 추산해도 11조원 넘게 투입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획된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드는 돈이 늘어난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투자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설비투자는 시황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클린룸 확보와 미래 대응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유연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메모리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지난해 메모리 투자 규모를 32조원으로 추산하고 “지난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설비투자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발표했지만 해당 시점 이후로부터 반도체 업황이 더 악화한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향 설비투자는 30조원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메모리 설비투자 내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생 라인을 보수하며 속도 역시 조절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의 반도체 투자 계획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황기에도 투자 규모를 유지해 생산 능력을 확보해 온 삼성이 이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팹을 건설하는 것은 장기적인 문제”라며 “삼성은 이 전략을 반도체 경기가 안 좋을 때도 꿋꿋이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팹을 지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분명하고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므로 이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