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 9년째 배송 일을 하고 있는 택배기사 유성욱(56)씨는 다가오는 추석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는 “최근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며 택배기사들이 소화해야 하는 물량 역시 늘어났다”며 “장시간 노동으로 이미 지쳤는데 택배 성수기가 다가오는 게 무섭기만 하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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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한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며 추석연휴 기간 배달 물량이 급증하기 전 기사들의 업무 과중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택배기사들은 배송하는 물량의 건수에 따라 수입을 올린다. 기사들에게는 각자가 책임지는 ‘책임 배송구역’이 배당된다. 자신이 맡은 구역에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해당 물량을 전부 책임지고 당일 배송해야 한다.
이들은 이로 인해 늘어난 업무시간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로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일터에 나간다고 털어놨다.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세도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서울에서 배송일을 하는 A씨는 “택배 배달은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직접 가야 하는 일인데 아파트와 엘리베이터를 매일 거치다 보면 혹시라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그래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일하는데 그럴 수록 빨리 지치게 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비대면 배송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씨는 “정부에서는 비대면 배송을 권장하지만 물건이 분실될 위험이 크다”며 “물건 분실과 오배송 등의 책임은 모두 택배기사가 떠 안아야 하는 현실이라 마음 놓고 비대면 배송을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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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택배기사들은 추석 전 정부의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유씨는 “추석을 비롯한 가을에는 택배 물량이 개인당 50% 가까이 폭증한다”며 “9년째 일하며 올해처럼 한 달에 한 명꼴로 과로사한 경우는 못 봤는데 아무 대책 없이 이런 상황을 맞는 게 무섭다”고 호소했다.
택배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택배 노동자의 환경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박 의원은 지난 6월 21대 국회에서도 생활물류법을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택배업 종사자들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정부와 업계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