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고 8곳은 ‘평균학력 미달’…더 떨어지기도
4일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서울 혁신고 10곳 중 8개교의 국어·영어·수학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모두 시내 평균 이하였다. 국·영·수 중 한 과목이라도 시내 평균 이상인 학교는 배화여고·금옥여고 뿐이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로 나뉜다. 이 중 ‘기초학력 미달’ 군은 정규 교육과정의 이해도가 20% 미만으로 사실상 수업을 따라가기 불가능하다. ‘보통학력 이상’에는 이해도가 50% 이상인 학생이 포함된다.
배화여고와 금옥여고를 제외한 나머지 8개교(삼각산·선사·신현·인헌·잠일·중화·효문·휘봉)의 학력 저하는 심각했다. 특히 2011년 개교 때부터 혁신학교로 시작한 삼각산고는 국·영·수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8개교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특히 영어는 39.6%에 달했다. 10명 중 4명은 고교 영어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학부모 “공부 안 시킨다” 우려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안팎으로 운영되고 교사와 학생이 맞춤형 교육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다. 서울은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서울교육청은 최근 내년도 44곳(재지정 20곳 포함)의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2018년까지 200곳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신규 지정 혁신교는 6500만원씩을 지원받는다.
서울교육청이 의욕적으로 ‘혁신학교 늘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일선학교의 분위기는 차갑다. 시교육청은 기존 45개교에 올해 55개교를 추가, 내년도에는 100개의 혁신학교를 운영하려 했으나 학교들의 지원 부족으로 44곳 밖에 뽑지 못했다. 특히 ‘대입’이 가장 중요한 일반고에서는 토론과 체험에 무게를 둔 혁신학교식 운영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강남 한 고등학교 교감은 “혁신학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에는 맞아도 입시교육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에서는 부적합하다”며 “학력 저하를 우려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1년 1억5000만원이었던 예산지원이 6500만원까지 떨어진 것도 혁신학교의 인기가 주춤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부적응 학생, 혁신고로 도피성 전학 잦아
‘혁신학교’라는 이름 아래 교육청이 너무 많은 짐을 안긴다는 불만도 많다. 인근 일반고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도피성 전학’을 오는 사례가 잦아 학교 운영의 피로감이 크게 증가했다는 호소다. 서울의 한 혁신고 교감은 “다른 학교에서 겉돌다가 온 학생이 우리 학교에 적응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교육청이 ‘혁신학교이기에 다 받아야 한다’고 말해 입학시키긴 하지만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가 학력이나 대입 혹은 진학 등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며 “잘된 프로그램의 사례를 찾아보고 연구하는 등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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