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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전방 2km 내외에 보이는 빨간 깃발이 달린 초소 4개가 보이십니까. 저게 북한군의 GP 초소입니다. 군사분계선까지는 1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안내를 맡은 군 관계자는 전방에 보이는 야트막한 산꼭대기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는 작은 건물을 가리켰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유해 발굴 작업지을 넘어가 300m만 가면 북한 땅”이라며 “이 앞은 66년 동안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비무장 지대(DMZ) 평화의 길’ 조성 사업으로 지난 1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화살머리 고지 비상주 감시초소(GP)다. 화살머리 고지는 한국전쟁의 막바지 격전지로 정전협정과 군사분계선 확정을 앞두고 한 뺨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66년 만에 첫 민간공개하는 GP
정부는 지난 1일부터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을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구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에 개방되는 DMZ로 고성 구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이번에 개방되는 화살머리고지에는 남북분단 이후 최초로 민간이 탐방할 수 있는 GP도 포함돼 있어 주목받고 있다.
탐방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백마고지 전적비를 만나게 된다. 1952년 10월 6일부터 10일간 한국군 보병 제9사단과 중공 제38군 3개 사단은 해발 395m에 지나지 않는 백마고지 하나를 위해 국군이 3146명, 중국 인민군 1만 4389명이 사망했다. 전적비와 위령비는 이들의 영혼을 진혼하고 국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전적비를 지나면 철문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DMZ 탐방이 시작된다. 철문 안쪽은 평소엔 출입증을 지닌 농민 이외에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이곳에서 차로 1.5km를 이동하면 백마고지 조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부터 공작새능성 조망대까지 3.5km를 도보로 이동하면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MDL)을 경계로 북과 남쪽으로 2km씩 한계선을 지정하고 비워 놓은 이 공간은 현재 유엔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도보 구간 동안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가면 너머로 철책을 볼 수 있다. 역곡천은 이북에서 발원해 철원군으로 흐르다 다시 북으로 돌아나가는 하천이다. 공작새능선에서 차를 타고 1.3km를 이동하면 철원 구간의 하이라이트인 화살머리고지로 들어가는 통문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신원 확인과 휴대폰·카메라 등을 맡긴 뒤 다시 차량에 올라 DMZ에 들어서면 66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이게 개방된 공간이 나타난다. 안전을 위해 군용차량 2대와 경호 군인 8명도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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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방·운영하고 있는 DMZ 평화의 길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다. 행안부에 따르면 첫 번째로 개방한 고성 구간은 현재 16대 1(도보 코스 기준)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 1일부터 6월 10일까지 8일간 철원 구간 1차 방문신청 결과 320명 정원에 5913명이 신청해 평균 18.5대 1의 경쟁률(1일 최고 40:1)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강화에서 고성까지 ‘DMZ 평화의 길’ 동서횡단 구간 노선조사 단계에 대국민 참여를 확대해 국민과 함께 만드는 도보여행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DMZ 평화의 길 본선구간이 연결이 완료되면 1·2차로 민간에 개방된 고성, 철원 구간과 3차로 개방 예정인 파주 구간 등의 지선과 연결해 대한민국 대표 평화안보체험 도보여행길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MZ 철원 구간 관람 신청은 행안부 ‘디엠지기’ 홈페이지나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