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첼라코타(Narayana Kocherlakota) 로체스터대 교수와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Thomas Sargent) 뉴욕대 교수가 미국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은 금리인상 여부가 아닌, 인상폭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주장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Policy Challenges After the Pandemic)’라는 주제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교수, 토마스 사전트 교수. (사진=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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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처라코타 교수는 1일 서울 중국 한국은행 신축별관 컨퍼런스홀에서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Policy Challenges After the Pandemic)’ 주제로 열린 ‘2023년 BOK 국제컨퍼런스’ 정책대담에서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다시 2% 내외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믿게 하려면 그냥 기다릴 시점이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시점에서 올바른 질문은 올릴지 말지가 아니라, 25bp(1bp=0.01%포인트) 인상인지, 50bp 인상인지가 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코처라코타 교수는 연준 결정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연준의 의도”라면서 “만약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연준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전트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큰폭의 금리인상을 지지한다”며 “21세기 들어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과거엔 금기시됐던 자산매입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제적 충격에 대한 정책대응에 있어 정부, 중앙은행, 의회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처라코타 교수는 고물가 배경과 관련해서는 “재정당국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초과수요보다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만 교란으로 인한 비용 상승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시경제 안정을위해선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총재는 “재정확대 정책에 의존하면 ‘실질금리와 경제성장률의 차(r-g)’가 갑작스럽게 플러스(+) 전환하면서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신흥국의 경우 정부부채 거품이 존재하는 가운데, 추가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면 실질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이로 인해 정부부채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한국과 같은 고령화 문제가 있는 나라에선 구조적 장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때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동료들과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재정준칙을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는 재정준칙이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라며, 재정준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전트 교수는 “최적화된 준칙을 설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법·제도가 진화함에 따라 재정준칙의 유효성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재정준칙 설계뿐 아니라 법, 제도, 관습, 정책당국자의 태도가 모두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는 정책대담 외에도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균형 재조정, 연착륙 및 디레버리징,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조지 홀 브랜다이즈대 교수, 레오나르도 멜로시 시카고 연준 선임이코노미스트, 김진일 교려대 교수, 이은희 서울대 교수, 신성환·서영경 금융통화위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