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분양가에 따라 청약 시장도 양극화하고 있다. 입지 좋은 곳이라도 주변 시세 대비 차익이 없으면 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수분양자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높은 분양가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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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9억원 이하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3대 1로 집계됐다. 반면 9억원 초과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8.1대 1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1년에는 9억원 초과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77대 1로, 9억원 이하 아파트 청약 경쟁률(100.9대 1)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수분양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인근 단지 대비 시세 차익이 적은 신규 분양 단지는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성적이 저조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인 ‘장위자이레디언트’는 4.68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초기 계약률은 59.6%를 기록했다. 이 단지 또한 전용 59㎡ 분양가가 최대 7억984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최대 10억2350만원 수준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경쟁률이 저조했다. 1·3 대책 이후 청약을 진행한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 지원해 평균경쟁률이 0.30대 1에 그쳤다. 이 단지는 후분양 단지로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7억4400만~8억300만원, 전용 84㎡가 10억1300만~10억7200만원대로 주변 신축 단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높다.
흥행에 실패한 일부 단지와 달리 조기 ‘완판’에 성공한 단지도 있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신동아 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강동헤리티지자이’는 1순위 청약에서 106가구 모집에 5723명이 청약해 평균 5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 최고가점은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인 74점이었고, 최저점은 3인 가족 만점 통장인 64점이었다. 이 단지는 전용 59㎡ 219가구를 6억5485만~7억7500만원에 분양했다. 인근 둔촌주공보다 분양가가 최대 4억원이 저렴했고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도 낮은 수준이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분양가가 높다면 수분양자의 외면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앞으로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미분양 리스크 때문에 크게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며 “일반분양 분양가를 대폭 올릴 수 없다면 조합원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 분위기에는 높은 분양가가 수분양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