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비친 법무부 고민…'검수완박'에 수사역량 저하 우려했나

靑 보고 전 '별도 수사기관 신설' 담긴 자료 냈지만
몇시간 후 "아이디어 차원 검토…실수로 배포" 설명
다만 檢 직접수사 축소에 대한 고민 엿보여
"尹 역제안 검토한 듯…중수청 등 법무부 부담 클 것"
  • 등록 2021-03-09 오후 3:37:24

    수정 2021-03-09 오후 3:49:13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법무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력기관 개혁 관련 업무보고에 앞서 기자단에 설명자료를 통해 ‘별도 수사기관 신설’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실수를 벌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실제 업무보고에는 해당 내용이 빠지면서 결과적으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로 인해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놓고 법무부 역시 수사역량 저하를 우려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8일) 박 장관의 문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2021년 법무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언론에 배포했다. 핵심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에 더해 구체적인 설명을 더하기 위한 참고자료 차원에서 배포된 것으로, 이중 별도 수사기관 신설 등을 공식화한 내용에 이목이 집중됐다.

법무부는 해당 참고자료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 중심의 형사사법구조 완성’이라는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검찰 직접수사 축소에 따른 부패·경제·금융범죄 등에 대한 국가수사역량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 수사기관 신설, 특사경 강화, 전문수사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저녁 7시께 해당 내용은 “실수로 기재된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붙임 자료로 드린 문건은 ‘실무진이 특사경 담당 분야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던’ 자료일 뿐이라는 의미”라며 “오늘 박 장관의 화상 업무보고에는 없는 내용이며, 언론에 배포된 최종 문건인 보도자료에도 그 꼭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 해프닝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법조계에서는 “범여권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적으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신설 추진과 이에 반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그리고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메시지까지 겹친 가운데 법무부의 고심이 커진 결과”라며 “결국 검찰개혁에 앞장 선 법무부도 내심 검수완박에 따른 국가수사역량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신설을 검토했다는 별도 수사기관은 윤 전 총장이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한 언론을 통해 역제안한 ‘특별수사청’과 사실상 같은 형태라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형사사법시스템에 일대 변화가 이뤄진 직후 중수청 신설은 법무부마저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전인 지난 2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의 대안으로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들을 다 빼도 좋으니, 법무부 장관 산하든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 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 역시 “충분히 참고할 만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다. 검찰총장께서 하는 말이니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박 장관의 업무보고에서 해당 내용은 빠졌지만, 향후 다시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사실 특별수사청은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문무일 전 검찰총장부터 대검에서 진작 이야기가 됐던 것”이라며 “법무부 문건에 이같은 내용인 담긴 것은 최종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검토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이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를 완전 분리하는 중수청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방안으로, 검찰이라는 큰 덩어리를 쪼게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다만 겉으로 보기엔 중수청과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중수청 신설 논란과 윤 전 총장 사퇴와 전국 고검장회의, 이에 더해 LH 수사 검찰 배제 논란까지 겹치면서 부담을 느껴 일단 추진계획에서 뺏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법무부는 검찰개혁과 관련 문 대통령에게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안착 및 지속적 개혁 추진’을 제1의 계획으로 꼽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안착과 함께 이에 부응해 검찰 내 △직접수사부서 및 인력 개편 △인권보호 전담부서 및 수사협력부서 신설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으로 개편 △공판부 인력·조직 강화 등 조직 개편에 나선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뉴진스 수상소감 중 '울먹'
  • 이영애, 남편과...
  • 김희애 각선미
  • 인간 복숭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