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외교전에도 꿈쩍않는 美 철강 232조…"현실적 제안 필요"

美 USTR 대표, 재협상에 부정적 입장 피력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
"美에 232조 운영의 묘 요구해 실익 챙겨야"
미소진 쿼터 이월, 품목간 물량조정 등 대안
  • 등록 2022-03-17 오후 4:42:10

    수정 2022-03-18 오후 1:13:09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산(産)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재협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혀, 협상 재개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우리 정부의 외교전에도 미국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 가운데 철강업계는 미국이 받아 들이기 힘든 쿼터 증량· 철폐 등을 제안하는 것보다는, 232조 운영의 유연화 등 현실적인 요청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사진= AFP)


16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미시간주(州) 베이시티에 있는 SK실트론CSS에서 타이 대표와 만나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철강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232조치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양국이 조속히 협의에 착수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야 할 것”이라며, 232조의 재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타이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 조치의 혜택 측면에서 한국은 실제로 관세 혜택을 확보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들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미 다른 국가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미 철강의 대미 수출에서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에 추가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간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협상 요구를 미국이 사실상 거부해 왔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논란이 되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연합(EU)와 일본,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관세 대신 연간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3년 평균 수출량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기로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EU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일본과도 철강제품 관세 분쟁을 끝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철강 제품들도 내달부터 연간 125만톤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가 철폐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미국 내 철강 수요 감소로 우리나라가 철강 수입 쿼터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EU산 철강에 대한 규제 완화가 우리나라에 직접적 타격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의 일본, EU산 철강재 수입 확대와 이에 따른 미국 내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향후 한국산 철강의 수출 감소, 국내 철강업체들의 매출액 감소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는 철강 232조 재협상 물꼬를 트기 위해 전방위 외교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철강 논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분기 내에 소진하지 못한 물량을 다음 분기로 이월하는 식으로 분기 쿼터를 유연화하고, 쿼터 내에서 품목 간 물량 조정이 가능하게 하는 등 무역확장법 232조 내에서 운영의 묘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미국 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민감해 하는 쿼터 증량, 폐지 등을 요구해서는 재협상 개시조차 힘들 수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232조의 유연한 운영에 초점을 맞춰 미국 측에 다가가 우리 업계의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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