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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 후 내달 말 조기 총선을 추진한다. 북한의 도발에 힘입어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린 만큼 정권 연장과 그의 평생 숙원인 헌법 개정을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건 모양새다.
아베 총리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오는 28일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10월 말 선거를 치르는 안을 공식 발표키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구체적인 일정도 거론된다. 10월10일 이를 공표 후 22일 투표하는 1안과 일주일 미룬 17일 공표, 29일 투표의 2안이 나와 있다.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일왕 주최 행사 같은 굵직한 대외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그 전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단 공식 답변을 미뤘다. 그는 18일 오후 미국 출국을 위해 찾은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에게 “하나하나 대답하는 건 잠시 보류할 것”이라며 “귀국 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총회 참석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 일정으로 미국 뉴욕행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시각 같은 이유로 출국했다.
아베 총리가 최근 상승세를 정치적으로 십분 활용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안보 이슈가 불거지며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던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40~50%선을 화복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16~17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의 지지율은 50.3%로 전월보다 6.5%포인트 올랐다. 자민당 지지율도 38%로 제1야당인 민진당(6.4%)를 압도했다. 아베가 추진해 온 자위대 강화 헌법 개정안도 찬성(59.2%)이 반대(32.0%)를 앞섰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결과적으론 아베 정권을 돕고 있는 셈이다. 한 자민당 간부는 닛케이에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1야당인 민진당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일본 보수 진영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측도 아직 세력화하지 못했다. 이 틈을 타 선거를 치르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계산이다.
고이케 도쿄도지사 진영도 도쿄도의원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전국구 정당 창당에 나섰다. 그의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중의원 의원(무소속)을 중심으로 이달 중 창단키로 했다. 호소노 고지(細野 豪志) 전 환경상도 합류했다. 지역적 기반인 도쿄를 중심으로 ‘비 자민(여)·비 민진(야)’ 세력을 규합하는 게 목표다.
한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의원 475석중 321석(자민당 286+공명당 35)을 보유하고 있다. 헌법개정에 필요한 3분의2(317석)는 웃돌지만 아베 정권 지지도 하락과 함께 당내 계파 간 의견이 엇갈리며 실제 추진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