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유럽연합(EU)에 탄소배출량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원가 정보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원재료 사용량, 제품 성분구성, 원산지 등의 공정 정보를 수입자에게 제공하면 상당 부분의 영업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
당장 오는 10월부터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탄소국경제도(CBAM)에 따라 유럽 전역에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전기 등 6개 품목에 대한 탄소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되면서 관련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조 공정 주요 관련 정보를 수출 제조기업이 아닌 EU 역내 수입자가 등록하도록 돼 있어 기업의 영업 비밀이나 보안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어서다. 예컨대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의 수출 주력 철강제품인 강판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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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보고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엔 제품 톤(t)당 10~50유로의 벌금 등의 벌칙이 부과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565만t으로 온실가스 배출 최다 기업인 포스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탄소중립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그린 철강기술 자문단을 출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CBAM이 본격 시행되는 2026년부터다. 제품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ETS)와 연계해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해서다. 국내 수출 제조업의 배출집중도가 높은 점과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기업의 재무부담 확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철강재 수출량 2568만t 중 EU로의 수출량은 345만9000t으로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이는 아세안(17.9%)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모든 철강 수출제품이 탄소 배출량이 가장 큰 일관제철공정 제품인 것으로 가정한 경우 2026년 EU CBAM 시행으로 추가 비용이 690억원 발생한다. 심지어 EU에서 기업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공되던 ‘무료 배출권’ 무상할당이 전면 폐지되는 2034년에는 CBAM 비용이 5788억원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BAM 시행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철강 산업이 탈탄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R&D 세액공제 강화 등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