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정책 분야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일본과 같이 대규모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탄소배출 저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지원 분야에서는 해외 정책과 발을 맞추고 배출 규제는 속도 조절을 통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조홍종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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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관련 국내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정 전체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대표 산업군으로 꼽힌다. 이를 저탄소 혹은 무탄소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연구개발(R&D)이 필요하고 파일럿 설비 구축 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일본 정부에서는 철강 등 탄소배출 기업을 위해 조 단위 수준의 투자와 세제 지원에 나선 반면, 우리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은 내년 3월 만료되는 탈(脫)탄소 설비투자 지원 제도인 ‘탄소 중립(CN) 투자 촉진 세제’ 시한을 늘릴 방침이다. 기업들은 해당 세제를 통해 탈탄소 설비투자액의 최대 10%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잘해 나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기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논의 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비중 확대는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와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매년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을 정해 배출권을 할당하고 배출권이 모자라는 기업은 남는 기업에서 사서 충당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15년 도입됐으나 무상할당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거래량만 폭증하고 탄소배출 감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유상할당 비중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EU가 CBAM을 전면 실시할 경우 역내 물가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치솟아 추진이 좌절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며 “따라서 급격한 상향이 아닌 면밀한 관찰을 통한 점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에 일시에 일방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철강업계를 예로 들면 기존 고로(용광로) 방식을 수소환원제철로 전환 시 수소 생산·조달에 큰 비용이 들고 철강 품질 자체도 전기로에서 생산해야 하는 만큼 고로 제품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도입으로 값싼 철강이 나오지 않았을 때 무엇으로 집을 짓고 자동차를 만들 건지 대안부터 세워야 한다”며 “EU도 2028년 이후에서야 탄소 저감 수치를 급격히 설정한 만큼 우리가 너무 빨리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배출권 가격이 7000원대로 급락하면서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 여유분에 대한 이월 제한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15년 1월 8640원으로 시작해 2020년 초 4만2500원까지 상승한 뒤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 7월 7020원까지 하락했다. EU(12만6140원)와 미국(4만7350원) 대비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기업들이 직접 감축에 힘을 쏟을 유인이 적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이 풀리면 기업들이 이를 비축하려고 할 텐데, 선물시장을 이용해 헤징(위험회피)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 2020년 4월 이후 주요국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변동 그래프.(자료=대한상공회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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