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이지은 배진솔 기자]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가 급부상하면서 여야 진영 간의 신경전이 확산하고 있다. 단일화 키를 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10분 만에 끝낼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두 후보 간 기싸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측도 안 후보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각 진영은 단일화 고차방정식 해법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윤 후보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 “단일화 추진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하는 협상은 안 한다”면서도 “서로 신뢰하고 정권 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물밑에서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그런 지난한 협상이라면 나는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다”라며 “(단일화는) 느닷없이 하는 것이다. 이걸 오픈해서 사람들 보는 앞에서 진행이 되겠나. 한다면 전격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단일화 방법론이나 현상 시한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안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서 윤 후보가 거론한 담판 형식의 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10분 만에 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면서 “그것 자체가 좀 일방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뒀다.
선거비용 때문에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는 “저희는 지금 모든 등록 서류부터 선거운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계약들은 진행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나와 “후보 등록하고 공식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되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전 그 전에 (안 후보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저희 정보로 판단해 안 후보는 선거를 완주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안 후보에 대한 사퇴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도 안 후보와 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당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은 정성호·안민석 의원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도 민주당에서 비주류로 성장한 정치인이고, 안철수 후보도 지금 당내에서 그 당시에 주류 세력과의 약간 갈등이 있지 않았냐”며 “안철수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 또는 공약들, 또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의 상황들을 본다고 하면 오히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더 가깝지 않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단일화와 관련해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이 진행되어 왔다”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서로 신뢰의 문제이기에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설사 아는 게 있다고 해도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안 후보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한 매체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 후보도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그 보도를 보고 ‘아, 이런 걸 하고 있나? 나도 모르게 그런 거 하나’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아는 바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