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인근 집값과 전셋값에 영향을 주면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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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서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7일 전용 76㎡(8층)가 보증금 6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을 갱신했다. 기존 9억원에서 갱신청구권을 사용했는데 이전보다 2억9000만원 가량 낮게 체결됐다. 지난 11일에는 전용면적 76㎡(4층)가 전세 보증금 4억9000만원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는데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호가는 3억9000만원(13층) 수준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 전용 84㎡(16층)는 지난달 8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갱신했다. 이전 10억원에서 1억5000만원이 줄어들었다. 지난 7일에는 이 단지 전용 84㎡(3층)가 7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신규·갱신 계약 모두 이전보다 수억원씩 떨어진 수준에서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내달 입주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전용 59㎡의 전셋값은 지난해 13억원대에서 최근 6억원대로 사실상 반토막 났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매매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물량이 늘면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하자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표에서도 역전세난을 우려할 수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월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3.65%로 전월 대비(-2.36%) 1.29%포인트 하락폭을 확대했다. 수도권은 -3.21%에서 -4.97%로, 서울은 -2.89%에서 -4.80%으로 낙폭이 커졌다. 서울은 주요 대단지 위주와 신축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의 1·3대책 발표 한 달 전 5만3208건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현재 5만5882건으로 5%가량 늘었다. 특히 강남구는 7946건에서 9053건으로 13.9%가량 늘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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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올해도 서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입주 물량은 3만2682가구 수준이다. 이 중 20%(6371가구)가량이 강남구에 집중돼 있다. 내달 ‘개포프레지던스자이’ 3375가구를 시작으로 오는 8월 메머드급 단지인 강남구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가구가 들어선다. 올 하반기에는 서초구 ‘원베일리’(2990가구) 입주도 예정돼 있다.
이들 단지는 강남·서초 등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단지인 만큼 인근 지역 전세가와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윤지해 부동산R114연구원은 “임대차 3법이 지난 2020년 7월 시행되면서 1년6개월여 만에 수도권에서 전셋값이 30% 수준이 올랐다”며 “단기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되돌림 과정에서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되돌려받는 과정에서 집주인의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반월세 등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들 매물의 만기 시점이 도래하는 올 연말까지는 역전세난이 문제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