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스트리트아트 작가 제우스가 필립모리스의 대표적인 제품인 말보로가 내세운 광고 속 가상이미지인 카우보이 정수리에 물감을 쏘아 암살한다는 설정으로 담배의 해악을 고발했다.(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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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트 작가 제우스(Zevs)가 ‘Visual attack’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맹목적 자본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제우스는 지난 3일 프랑스 파리 신문가판대 곳곳에 자신의 새로운 아트 작품을 설치해 프랑스 시민에게 다가갔다. 프랑스의 대표적 매체인 르 몽드가 ‘LE DERNIER COWBOY EST MORT!’라는 제목으로 담배회사 말보로의 모델이 사망(?)한 사건을 다룬 것처럼 팝업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에는 1955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자사 제품 말보로 광고를 할 때 카우보이 모델을 처음 만들어냈고, 그 모델이 지난 2020년 12월24일 베를린에서 살해당했다는 르 몽드의 기사가 실렸다.
앞서 제우스는 베를린에 설치된 말보로 카우보이 모델의 머리 부분에 물감 총알을 쏘아 마치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묘사한 이벤트를 펼친 적이 있다. 건물 옥상에 있던 대형 입간판에 있는 카우보이는 정수리에 허리까지 피를 흘리는 것처럼 표현됐다. 제우스는 말보로 광고 속 모델이 사망했다는 설정으로 인체와 자연에 해로운 담배의 해악이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우스는 르 몽드의 하단에 ‘liquidation logos’ 시리즈에서 선보인 자신의 고유한 기법으로 담배를 입에 문 해골에 흘러내리듯 사라지는 작품도 나란히 배치하는 절묘한 구성도 만들어냈다.
| ‘진짜와 가짜, 실체와 허구의 차이는 무엇인가?’ 제우스는 앞서 광고 속 이미지를 훔치는 이른바 ‘Visual kidnapping’에 이어 ‘Visual attack’으로 과도한 물신주의를 경계하는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사진은 담배의 해악을 고발한 ‘Visual attack’ 이벤트를 르 몽드지가 보도했다는 설정으로 만들어낸 팝업 작품.(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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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가 선보인 이번 프로젝트를 프랑스의 또 다른 아티스트 J.R은 ‘Visual attack’이라는 말로 소개했다. 진품과 복제, 실체와 가짜 등을 넘어선 ‘시각적 공격’으로 반자본주의, 반상업주의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의미다. 제우스는 이마 지난 2002년 베를린에 있던 커피 브랜드 라바짜의 입간판 모델을 오려내 가져가 몸값을 요구하는 ‘Visual kidnnapping’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프랑스 사베른에서 태어난 아티스트 제우스는 현대사회의 상업주의와 물신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물감이 흐르는 기법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에 남을 명작, 오랜 역사를 가진 사상, 심지어 국제적인 브랜드도 결국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A Bigger Splash’(1967)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리퀴데이션 기법을 결합해 환경 문제를 고발하는 ‘A Big Oil Splash’룰 선보이고 있다.
제우스는 현재 서울시 중구 케이지타워에 있는 아트스페이스선 개관전인 전 ‘스트리트 아트’ 전시회에 ‘네이버’(2020), ‘샤넬’(2018), ‘무라카미 멀티컬러 화이트 리퀴데이티드’(2009), 등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우스는 이번 르 몽드 이벤트에서 “예술가에게 보낸 이메일은 한국 지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재치있는 말로 아트스페이스선에서 열리는 전시를 간접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 ‘A Big Oil Splash’ 시리즈 앞에 선 스트리트 아트 작가 제우스.(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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