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박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암흑기를 딛고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깬 ‘어닝 서프라이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2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일제히 반등하면서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왼쪽)이 지난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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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증권가 예상치(영업손실 515억원)를 깨고 4개 분기에 걸친 적자 행진을 끝낸 것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7조7303억원으로 큰 폭 적자를 냈지만,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불황을 벗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1년 만에 흑자를 거둔 것은 수익성이 높은 차세대 D램 제품인 DDR5,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D램 업계가 3개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과점 체제라는 점 역시 빠른 반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D램 업계는 3개사가 생산을 줄이면 가격이 올라가고 다시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분기 D램은 흑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HBM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진 것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주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HBM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면 낸드플래시도 올해 3~4분기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는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한국 경제의 첨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은 15.9%를 기록했다. 업황이 살아나면 그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지난해 15조12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영업이익 15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다.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6조734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세운 사상 최대 실적을 1년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양사는 총 730만4282대의 차량을 판매하면서 토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톱3 자리를 수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인도 등에서 판매량이 늘었다”며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같은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상대적으로 비싼 차가 많이 팔린 덕”이라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744만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산업 역시 반도체와 함께 수출 첨병으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크다.
LG전자는 지난해 84조2278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전장사업을 하는 VS사업본부(10조1476억원)는 본부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