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소영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설립에 적극적이다. CVC를 통해 투자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정부 역시 기업의 CVC 설립 규제를 점차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CVC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간 시장 유동성이 좋아질까 노심초사했던 스타트업들은 이런 추세에 반색한다. 올해 투자시장에서 CVC의 활약이 커질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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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벤처캐피털(VC) 343곳 중 CVC가 86곳(2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CVC는 기업이 경영전략과 연계한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만든 VC의 일종이다. 중기부는 CVC를 비금융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모기업과 동일 그룹 계열회사 등 기업집단 출자가 30% 이상이면서, 최다 출자자인 펀드를 운용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CVC는 지난 2021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의 VC 설립이 불가했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국내 기업의 CVC 설립이 허용됐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기업 중 CVC를 새로 설립한 사례가 적잖다. 대웅제약그룹이 유망 바이오벤처를 발굴하고자 설립된 대웅인베스트먼트는 약 200억원 규모의 첫 펀드 ‘대웅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조합 1호’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생 에너지, 반도체 기술·소재 분야 등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LX벤처스를 설립한 LX홀딩스는 300억원 규모의 ‘엘엑스벤처스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 펀드를 조성했다. 두산그룹은 ▲전기차용·에너지 소재 ▲물류 자동화 솔루션 ▲신재생 에너지 등 산업의 우량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두산이 지난해 7월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뒤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혹한기 CVC에 기대거는 스타트업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올해가 CVC의 원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CVC 생태계 확장을 지지하고 있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CVC 비중 30% 이상 되도록 제도와 규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거래법 등 CVC 제도와 규제를 개선한다. 일반지주회사 CVC에 대한 외부자금 출자와 해외기업 투자 규제를 완화한다. CVC가 한국인이 해외에 창업한 법인에 해외투자를 진행하는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대기업의 CVC 설립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일례로 동국제강그룹의 지주사 동국홀딩스도 CV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GRC(Government Relation Consulting)센터장 역시 “실제로 등록도 요즘 많이 하고, 문의도 많다”며 올해도 CVC 설립을 추진하는 추세가 여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불확실성이 큰 경제 탓에 투자조합을 결성하기보다는 JV(Joint Venture) 형태로 개인 사모펀드나 VC와 함께 공동 투자조합을 결성하는 경우가 잦다”며 “아무래도 CVC들이 업계에서 신생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존 투자시장을 이끄는 주체들과 협업하는 형태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