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분리 실증 예산안이 삭감된 것은 앞선 과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망분리 개선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반영된 영향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존 망분리 환경이 바뀌면 공공 시스템의 인터넷 연결 접점이 더 많아져 보안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사업 예산 150억 원은 정부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당초 부적절하게 배정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망보안 체계 실증 사업 예산은 공공 데이터 보안 강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필수 예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망분리 환경 개선은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보안을 차등 적용하자는 다중보안체계(MLS) 방안이 그 중심에 있다. 주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올해 9월 MLS 로드맵을 공개, 공공 데이터를 기밀(C)·민감(S)·공개(O) 등 세 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해당 등급별로 보안 정책을 적용하는 등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MLS 정책이 적용되면 데이터 중요도 별로 보안 솔루션을 차별 도입 가능해, 보안 업계는 적극적으로 해당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었다. MLS는 ‘아무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확인하라’는 일명 제로트러스트 보안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는데, 사실상 공공 분야 신규 시장이 열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보안 업계는 이번 예산 삭감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요와 기대치를 보고 산업계가 움직였는데, 지금처럼 일관성 없이 예산을 줄여버리면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며 “관련 산업이 중단되면 보안 시장이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예산 삭감과 관련 “망분리 개선을 속도 조절해서 가야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제로트러스트 분야 사업 예산안은 58억 원으로 예년(6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와 본회의를 거쳐 빠르면 이달 말에서 늦으면 내달 초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