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자본 시장 멜팅팟으로 떠오른 ‘스페셜 시추에이션’

스페셜 시추에이션 투자 열기 활활
특수상황 자산군 투자로 범위 확대
운용사 강점 분야 접목하며 급부상
PEF 대규모 전용 펀드 꾸리며 사활
투자 유연성 강화에 리스크 헷지도
  • 등록 2022-06-09 오후 10:13:15

    수정 2022-06-09 오후 10:13:15

[이데일리 김성훈 김연지 기자] 국내 자본시장에서 ‘스페셜 시추에이션’(특수상황·SS) 투자 열기가 불을 뿜고 있다. 최근 1~2년 새 자본 시장을 강타했던 이커머스(전자상거래)나 온라인 플랫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버금가는 ‘대세 키워드’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스페셜 시추에이션은 저평가 자산 투자로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 잠재력을 갖춘 모든 특수 자산으로 범위를 넓히며 자본시장 ‘멜팅팟’(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SS 전용 펀드를 꾸리며 해당 분야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굵직한 PEF 운용사들이 SS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11월 2조1200억원 규모 스페셜시츄에이션(SSF) 펀드를 조성했으며 1조2000억원 규모의 SSF 펀드 2호를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2~3조원 규모의 SSF 3호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글로벌 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이 2조 5000억원 규모의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인 ‘아시아 2호 펀드(2호 펀드)’ 조성을 갈무리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직역하자면 ‘특수 상황’인 스페셜 시추에이션은 자금난을 겪거나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있는 투자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업 본연의 기술력이나 경쟁력과 별개로 저평가 받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이벤트로 상황이 어려워진 회생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페셜 시추에이션 투자에 거센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특수 상황 자산군 투자’로 범위를 넓히면서 영역이 다양해진 것이다. PEF 운용사마다 자신들이 제일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특수상황을 저마다 해석하고 투자로 연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에쿼티(지분) 투자가 필요한 유망기업이나 세컨더리(PEF간 거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확실한 기업의 밸류업(가치상향)을 위한 전략적 동행 등이 있다. 스틱의 SSF 1호 펀드 투자처로 수익률 대박을 냈던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352820)나 부산·울산·경남 지역 1위 슈퍼마켓 체인 탑마트에 투자한 루터프라이빗에쿼티(루터PE)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크레딧펀드로 대표되는 사모대출(PCF) 시장에도 스페셜 시추에이션을 적용하고 있다. 특수상황에 놓인 투자처라는 취지에 맞아서다. 크레딧펀드를 조성한 IMM PE와 VIG파트너스, 글랜우드PE 등 PEF 운용사들이 스페셜 시추에이션 진입 준비를 사실상 끝냈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페셜 시추에이션이 투자 전략을 총망라한 멜팅팟으로 떠오른 데는 지난해 사모펀드법 개정에 따른 투자 유연성이 생겨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다 광범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스페셜 시추에이션 투자가 수익률 유지 등 리스크 헷지(회피)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스페셜 시추에이션은 다양하게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컨셉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규모가 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도 좋지만 스페셜 시추에이션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섞으면서 안정적인 운용사 수익률 유지를 노리는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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