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보고만 있을 순 없다…IT기업들 AI 생태계 확장 안간힘

무슨 질문이든 사람처럼 답변…2달 만에 1000만 사용자
상거래부터 포털까지 플랫폼 포식자 될 가능성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도 R&D부터 서비스 개발
막대한 투자 필요에 정부 지원 필요성도
  • 등록 2023-01-31 오후 6:54:57

    수정 2023-02-01 오전 7:47:46

[이데일리 김국배 함정선 기자] “미래와 가까워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챗GPT의 등장을 조명하는 기획기사의 첫 문장을 골라달라고 했더니, 내놓은 답이다. 이처럼 무엇이든 물어보면 사람처럼 답변해주는 챗GPT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챗GPT는 이미 세상을 뒤집어놓은 아이폰 출시와 비교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챗GPT 돌풍’에 국내외 IT 기업들의 AI 개발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챗GPT, 데이터 통해 학습하며 성장…플랫폼 생태계 ‘최강자’ 될 수도

세계 최대 AI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공개된 건 지난해 11월 말. 수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40일 만에 하루 사용자가 10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온 세계가 이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는 이유는 인간 뺨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언어(자연어)로 질문하면 전문가 수준의 답변을 만들어내고, 이전 대화의 맥락을 기억했다가 추가 조건을 주면 기존 답변 결과를 보완한다. 영어 답변이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글로 번역해달라고 부탁하면 답변을 한글로 바로 보여준다.

이는 챗GPT가 언어 생성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AI 서비스가 ‘알파고’처럼 수학적 계산을 통해 확률을 제시하거나 이전 챗봇 서비스처럼 수많은 예시 중에서 답변을 골랐던 것과 달리 챗GPT는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구글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챗GPT는 일반이 경험할 수 있는 기술적, 산업적 임팩트를 주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허점도 많다. 2021년 이후의 정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언어적 부족함도 보인다. 예를 들어 ‘멍때리다’의 의미를 묻자, “‘to hit a dog’, 개를 폭행한다는 의미”라며 잘못된 답을 하기도 했다. 또한 민감한 질문에는 “저는 AI 언어 모델”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무엇보다 챗GPT가 만들어낸 결과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할 수도 없다.

그러나 챗GPT는 학습을 통해 오류를 수정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또한 사람의 개입을 통한 교정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챗GPT와 같은 언어 생성 AI가 전자상거래, 포털 등 인터넷상의 플랫폼을 모두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모든 서비스가 챗GPT와 같은 AI서비스 하나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경진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은 “지금은 쇼핑할 때는 이베이를 찾고, 문서 검색을 할 때는 구글을, 뉴스나 블로그를 볼 때 네이버를 찾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을 챗GPT 하나로 할 수도 있다”며 “언어 생성 AI가 최적의 답을 주는 플랫폼이 되면 다른 서비스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무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내 기업들 ‘초거대AI’ 연구·서비스 지속…“전문 특화 영역 공략도 필요”

이 때문에 국내 IT 기업들도 초거대AI를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R&D)과 서비스 개발 등을 지속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다른 모든 플랫폼을 압도하는 상황에 처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한 네이버는 올해 들어 AI와 클라우드 조직을 합치면서 초거대 AI 서비스 대응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클라우드인 ‘애저’에서 챗GPT를 서비스하기로 한 결정에서 보듯 초거대 AI와 클라우드의 결합은 필수로 여겨진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잡으며 반도체 분야로 초거대 AI 기술 외연도 넓힌 상태다. 네이버의 초거대 AI는 네이버쇼핑에서 판매자들이 이벤트 제목을 뽑거나 상품 리뷰 등을 요약해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는 초거대 AI 연구 범위를 헬스케어로 확대하고 있으며, 초거대 AI ‘믿음’을 공개한 KT는 AI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 모레, 리벨리온 등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연내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효율을 갖춘 AI 반도체 풀스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한국어 ‘GPT-3’ 상용화 서비스인 ‘에이닷’을 선보이며 기술을 서비스에 활용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2월에는 이용자가 에이닷과 오래 전 대화한 내용 중 중요한 정보를 별도의 메모리에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장기기억’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초거대AI, 생성AI와 같은 기술 개발은 데이터와 인력 확보 등이 쉽지 않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하다 보니 해당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인력, 예산 등 자원이 적은 만큼 강점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배재경 업스테이지 AI제품 총괄은 “각 업체가 더 잘할 수 있거나 해보고 싶은 전문 영역에 집중해서 특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유리한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AI 연구를 지원하되, 연구를 연구로 끝내는 게 아니라 산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또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것을 더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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