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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A :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법령상 영부인에게 특정 기업에 압력을 가할 만한 권력이나 청와대 영빈관을 옮길 권한은 없습니다. 곧 영부인 지위에 오르게 될 김건희 여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만큼 조언할 수는 있겠으나 이것이 법이 부여한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헌법 및 법령에는 ‘영부인’(令夫人)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초 영부인은 지체높은 사람의 부인을 3인칭으로 높여 부른 말로 영어권에서 표현하는 ‘퍼스트레이디’(First Lady)와 직역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육영수 여사를 영부인이라 불렀던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권한은 없으나 영부인은 사실상 공직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해외순방 등 국내외 주요행사에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게 됩니다. 때론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활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최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중동 3개국 순방 당시 대통령이 경제 분야 성과에 집중하는 동안 김정숙 여사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등 대외활동을 펼친 게 대표적입니다.
법으로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지 않았으나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로서 정부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특별한 조언자로서 역대 영부인들은 참모들이 하기 어려운 쓴소리를 담당해 적극적으로 내조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그림자를 살피기도 했죠. 때문에 청와대는 제2부속실을 따로 두어 영부인의 활동을 보좌하게 합니다.
영부인의 롤모델이라 불리는 육 여사는 민심을 살펴 때로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을 반대하는 민심을 전달해 ‘청와대 내 제1야당’이라 불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는 당분간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그간 불거진 스캔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선거운동에 함께하지 않았으며 선거 승리가 확정된 순간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감안한 듯 김 여사는 “당선인이 국민께 부여받은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옆에서 조력하겠다”며 ‘은둔형 영부인’ 역할을 암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