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최영지 김은비 기자] 정부가 ‘반도체 국가대항전’에 대비하고자 우대금리 대출 확대를 골자로 한 반도체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총 규모는 26조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커졌다. 다만 직접 보조금은 재정 역량 등을 이유로 대책에서 빠졌다. 미국·중국·일본·대만·유럽 등이 벌이고 있는 ‘냉정한’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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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인센티브로 손색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밝힌 ‘10조원+알파’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저금리 대출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에 출자해 자본금을 확충, 산은에 17조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주식 등 현물 출자와 현금 출자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1조7000억원가량 출자할 게 유력하다. 이와 함께 3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에는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업계에서는 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하겠다는 점은 건설적”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같은 지원은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반도체의 지위가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안보의 요체’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풀면서 생산라인을 자국으로 유치하는데 혈안인 배경이다. 심지어 직접 보조금이 없던 대만마저 엔비디아와 AMD의 대만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중국은 500억달러(약 68조1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한국이 강한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 추격하고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는 업계가 가장 원하는 보조금 지급은 빠졌다. 최 부총리는 “대기업들이 용인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요청하는 것이 인프라 지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 한 고위인사는 “투자 과정에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금융 지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반도체 전쟁은 다른 나라들과 벌이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이번 대책으로) 한국의 투자 유치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풀고 있는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공장 신설을 먼저 검토하는 유인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경쟁국들이 반도체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정도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며 “저리 대출도 도움이 되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조금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