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서울대 학생 사회에서는 끊임 없이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교수를 위한 자리는 없다’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가해교수를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B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2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자에게 갑질과 성희롱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음악대학 B교수를 파면할 것을 대학본부에 촉구했다.
| ‘서울대학교 B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2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학교 성폭력, 인권침해 B교수 파면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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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교수는 지난해 7월 대학원생 A씨와 함께 간 유럽학회 출장에서 A씨의 숙소에 강제 침입하고, 수차례의 신체 접촉을 하고 사적인 연락을 강요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사건 사전조사를 맡은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3월 B교수에 대해 정직 12개월의 중징계를 권고했다.
김서정 음악대학 학생회장은 “B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배움은 더 이상 좋은 추억과 지식이 아닌 불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서울대가 B교수를 파면시키지 않고 다시 교육자로 받아준다면 B교수의 강의뿐 아니라 서울대를 다닌 기억 자체가 부끄러워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체는 ‘대학 미투’의 흐름 속에서 학생을 성희롱한 교수들에 ‘H교수’, ‘B교수’ 등 알파벳이 붙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악과 18학번 이유림씨는 “햇수로 3년째 서울대를 다니며 너무나 많은 ‘알파벳 교수’를 거쳐왔다”며 “그러나 매번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대 본부는 상황을 직시하고 죄질에 맞는 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마련 필요성도 제기됐다. 홍류서연씨는 “대학과 국회, 교육부는 알파벳 26자가 모두 채워져야 대책을 논의할 것이냐”며 “피해자 권리보호,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 등을 포함해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과 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입법을 당장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징계위원회에 B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서울대 재학생 및 졸업생 1000여명이 서명했다.
한편 서울대는 B교수를 직위해제하고 이날 오후 4시 2차 징계위원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