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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는 지난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에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KB금융그룹은 양종희 회장 주재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해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방안,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강화와 대고객 소통 확대방안 등을 점검했다. 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그룹사별 자체 점검에 들어갔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주재로 환율, 유동성 변동 사안 등 리스크 전반을 점검하는 긴급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우리금융 또한 임종룡 회장이 아침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그룹은 특히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이 요동치면서 고객들이 현금을 찾거나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대거 사들이는 과정에서 은행의 지급 여력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영업점별 시재 관리 강화를 비롯해 ‘철저한 관리 모드’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현금 수요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영업점별 시재 유동성 관리를 철저하게 해달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와 사고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도 외화 유동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 IT보안사고 예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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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와 신협,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밤새 비상근무에 돌입하며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2금융권의 유동성 상황은 별다른 변화없이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업계는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달 3일 오후 10시 28분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관련 부서 직원들이 곧바로 출근해 긴급회의를 하고 대응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평소에도 유동성 관련 지표를 계속 점검하면서 발생 가능한 비상 상황에 대비해왔다”며 “현재 유동성과 관련한 별다른 문제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도 이날 아침부터 중앙회 간부회의를 열었다. 또 지역 조합과 온라인 전산 시스템 통해서 수신 상황 등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저축은행에서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특이한 자금 동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각 저축은행 대표에게 서민·소상공인 자금조달,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금융사고 예방 강화 등을 당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금리에 따라 분산해서 예·적금 넣어두는데 현재까지는 수신이 크게 빠지는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는다”며 “새벽부터 IT부서와 함께 모니터링 중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도 이날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해외계좌 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환율 급등에 따라 해외 송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하고 있는 케이뱅크도 한때 유사한 일을 겪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주간거래 종가 1402.9원 대비 40원 가까이 올랐다. 오전 12시 15분께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4.14% 급락한 1억 28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IT 관련 전산망 안전 관리 현황을 선정하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다”고 전했다.
한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