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돌아 버리는데도..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윳값 더 오른다

서울우유 다음달 1일 5.4% 인상 이어
매일유업·동원F&B도 우유가격 4~6% 인상
원유가격 인상 영향…정부 가격결정제도 개편 추진
  • 등록 2021-09-29 오후 6:54:55

    수정 2021-09-29 오후 8:30:19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인 우유 가격이 결국 다음달 또 오른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에서 우유가 남아돌아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원유(우유의 재료) 가격 결정방식을 개편하기 위해 논의중이지만 이미 인상된 원유값을 유업체들이 우유 가격에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우유가 다음달 1일부터 우유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고 발표한 후 동원F&B, 매일유업, 남양유업도 우유 가격 인상폭과 인상시기를 결정했다.

동원F&B는 다음달 6일 우유 가격을 평균 6%대 인상한다. 대표 제품 ‘대니쉬 더(THE) 건강한 우유 900㎖(2입) 가격은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비싸진다.

매일유업은 다음 달 7일부터 우유 가격을 적게는 4%에서 많게는 5%까지 올릴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10월 둘째 주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로 우윳값 인상을 전제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우유 등 유제품이 회전이 빠른 점을 고려하면 제조사의 출고가 인상은 거의 시차 없이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업계의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만으로 지난 8월 단행된 원유값 인상에 따른 후속 조치다. 낙농진흥회는 ‘원유가격 연동제’에 따라서 지난 8월부터 1ℓ당 926원이었던 원유 가격을 21원(2.3%) 오른 947원으로 인상했다. 유업계는 이 원유를 사들여 우유를 만들기 때문에 2개월간 수십억원의 손실을 봤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인상을 결정했다.

원유 가격 인상폭보다 우유 가격 인상폭이 더 큰 이유는 우윳값이 동결됐던 지난 3년간 부자재 비용 상승과 인건비·물류비 상승 등을 함께 적용했기 때문이다.

우윳값 인상은 단순히 우유뿐 아니라 버터, 치즈 같은 유제품과 과자,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우유가 재료를 쓰이는 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크다.

정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꾸리고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을 추진중이다. 유업계 안팎에서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지금의 원유 가격 결정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시행된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는 낙농업체의 생산비 증가 요인만을 따져 원유 가격 결정에 반영하는데 여기에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는 반영되지 않는다. 또 쿼터제로 유업계는 계약을 한 낙농가의 원유 할당량을 모두 사야 한다.

낙농가의 안정적인 생산은 가능하나 유업계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출산율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가 줄면서 매년 우유 가 남아돌아 일부는 버려지고 일부는 3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우유 가격은 계속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업계의 부담이 커졌고 소비자들도 비싼 우유를 사먹고 있다. 한국의 우유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간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지만 유럽과 미국은 각각 19.6%, 11.8%에 그쳤다. 뉴질랜드는 2010년부터 10년간 원유 가격이 오히려 4.1% 내려갔다. 국민 한 사람 당 흰 우유 소비량도 지난해에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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