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조종사 목숨 앗아간 노후 전투기…엔진 부품에 구멍

지난 1월 11일 KF-5E 추락해 조종사 순직
연료도관에 미세 구멍…이륙 후 54초 만에 화재
공군 “모든 전투기 안전상태 점검, 사고 예방 최선”
  • 등록 2022-03-03 오후 4:14:25

    수정 2022-03-03 오후 4:27:03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 1월 추락 사고로 공군 조종사 목숨을 앗아간 ‘KF-5E 비행사고’ 원인은 기체 내 엔진 연료도관에 있었던 미세한 구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29·공사64기) 소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1월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운구행렬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공군 관계자는 KF-5E 비행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사고 항공기 잔해를 조사한 결과, 우측 엔진 연료도관에서 연료가 누설된 것을 확인했다”며 “누설된 연료가 항공기 이륙 중 발화해 엔진 화재를 일으켰다”고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11일 임무 수행 중이던 이 KF-5E는 경기도 한 야산에 추락했다.

조종사였던 고(故) 심정민(29) 소령은 전투기가 민가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야산을 향해 기수를 돌리다가 비상 탈출시기를 놓쳤다. 전투기는 야산에 떨어져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공군에 따르면 당시 사고 전투기에서는 이륙한 지 약 54초 만에 화재가 발생했다. 기체 내 엔진 연료도관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구멍 두 곳에서 연료가 샜고, 이것이 이륙 중 화재를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이후 엔진 화재로 전투기 상승·하강기동을 제어하는 수평꼬리날개 케이블이 손상돼 정상 작동이 불가능해졌다. 기체는 이륙한 지 1분 55초 만에 사실상 조종불능 상태에 빠졌다.

전투기가 지상에 충돌하기까지는 약 19초 정도 시간이 남았었지만, 고 심 소령은 민가를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월 11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했다. 군 관계자가 추락한 전투기 기체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고와 관련 군이 전투기 정비에 보다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고가 난 KF-5E는 지난 1986년 도입돼 35년 이상 임무를 수행해왔다. 기체 노후화를 고려해 점검·정비 주기나 관련 지침을 미리 손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KF-5E는 모두 20∼30년 된 노후 기종이다. 공군 F-5 전투기는 2000년 이후에만 이날까지 모두 12대가 추락했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F-5 기종에서 연료도관 화재가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료도관 부품 교체 주기는 600시간으로, 이 기체는 508시간 비행해 부품 자체가 노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군은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F-5 전투기를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노후 기종 조기 도태를 위해 신형 전투기 조기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군 관계자는 “이달 안에 공군은 합동참모본부에 경공격기 FA-50 도입 소요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사업이 조기에 진행돼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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