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김인경 기자] ‘79석 대 23석.’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아베 신조(安部晋三)의 자민당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홀로 도지사 선거에 나서 당선된 지 불과 1년도 안돼 이뤄낸 ‘역전 대승’이다.
지난 2일 열린 도쿄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고이케는 직접 만든 도민퍼스트회 49석과 연정키로 한 공명당 23석, 무소속 등 7석을 더한 79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승부를 가늠하는 과반 의석(127석 중 64석)을 훌쩍 뛰어넘었다. 자민당은 이와 대조적으로 23석 확보에 그쳤다. 직전 57석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지금껏 역대 최대 의석이던 2009년(38석)에도 크게 못 미치는 참패다. 이는 단순한 지역선거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도쿄도의원 선거 결과는 늘 총리나 정권 교체로 이어져 왔다.
아베에 미운털 박혔으나 스타성 앞세워 대역전
그는 개인의 대중적 인기로 정치세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보다 높은 70%의 지지를 받았다. 정치인임에도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스타성이 있다. 올 4월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번 승리로 아베 독주 체제를 흔드는 동시에 중앙 정계 진출을 위한 확고한 발판을 다졌다. 자민당의 오랜 우방 공명당까지 끌어들인 만큼 당분간 도쿄 도정 운영은 물론 중앙 정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고이케 지지로 돌아서는 의원이 나타나고 있다.
첫 패배로 충격 빠진 아베 자민당 “역사적 대패”
아베 총리가 2012년 취임한 이래 자민당은 4년여 동안 네 번의 중·참의원 선거에서 모두 압승했다. 아베 총리의 당내 위상은 선거 때마다 더 커졌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베의 지지율은 이번 선거를 앞둔 지난달 49%(닛케이)로 전달보다 7%포인트 빠졌다. 이달 1~2일 지지율도 아사히신문 기준 38%로 전월 41%에서 추가 하락했다. 더욱이 2015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반대율(42%) 지지율을 앞섰다. 아베로선 핑곗거리도 없다. 아베 총리 본인이 직접 연루된 사학재단과의 유착 의혹이 잇따라 터졌다. 보수적인 일본 국민도 대부분 아베 총리의 변명을 믿지 않았다. 측근의 실언도 잇따랐다. 선거 직전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정치 중립 의무가 있는 자위대의 정치 참여를 독려한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패배의 충격을 줄이고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각 개편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8~9월로 예정됐던 개각이 이르면 이달 중 추진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