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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김보영 기자] “여러분의 결정적 순간은 언제입니까.”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최인아책방 대표)은 25일 서울 새빛섬에서 열린 ‘제6회 이데일리 W 페스타’(세계여성포럼 2017)에서 300여 청중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최 대표는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에서 30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활약해 오다가 지난해 서울 선릉역 인근 최인아책방을 연 마케팅 전문가다. 제일기획 때의 별명을 따 ‘책방 마님’으로도 불린다. 그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양반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진만 그런 건 아니다”라며 “인생에도 결정적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예를 들었다. 하루키는 먼발치에서 ‘떠나라’라고 하는 듯한 북소리가 들려온 걸 계기로 잘 운영되던 재즈 카페를 접고 3년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 기간 쓴 책이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한 베스트셀러 ‘노르웨이의 숲’(국내명 상실의 시대)이다. 최인아 대표는 “만약 그가 북소리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재즈 카페가 아까워 포기하지 못했다면 하루키는 지금 우리가 아는 행보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나 놓고 나서 돌아보니 두 번째 봉우리를 알아채고 행동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산티아고를 간 걸 잘했다는 게 아니라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그에 맞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이 이후 10년을 살게 해 준 힘이 됐으니까”라고 말했다.
최인아 대표는 결정적 순간은 인지하려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갑을 관계에 매인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져보라는 것이다. 특히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아이들이 제각기 혼자 걷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외부 인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의 주체가 내가 되는 이런 시간을 통해 납득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결국 결정적 순간을 인지하고 본인을 가로막는 봉우리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긴 시간을 들여 납득할 결론에 도달했다면 내 생각이 흔들릴 때도 붙잡아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