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품에 안은 채 엄마 손을 꼭 잡은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26일 오후 6시 5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E게이트를 ‘아장아장’ 빠져나오며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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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정부 사업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과 그 가족들 총 378명이 탈레반의 위협에서 벗어나 26일 오후 4시 28분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국내에 도착한 아프간인 중에는 이달 태어난 신생아 3명을 포함해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 포함됐다.
오후 6시 5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마친 아프간인들 20명이 나오기 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E게이트 앞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게이트가 열리고 인형을 품에 안은 아프간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나왔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공항 직원 7명이 아프간인들이 무사히 출구를 빠져나가도록 경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으로 입국 예정인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이 탑승한 군 수송기 1대가 한국시각 26일 새벽 4시 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출발했다. 아프간인 378명을 태운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은 출발한 지 약 11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28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KC-330에는 전체 입국 대상인 391명 중 378명이 최종적으로 탑승했다. 나머지 13명은 세 가족으로 수송기의 좌석 상황과 피로 누적 등으로 인해 뒤늦게 C-130J를 타고 한국으로 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아프간 현지 조력자와 그 가족들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KC-330 1대와 C-130J 2대를 투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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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프간 현지인 협력자와 그 가족 391명 전원을 난민이 아닌 ‘특별 기여자’ 자격으로 수용한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입국한 이들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함께 근무하며 한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을 도운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직업별로는 의료와 정보기술(IT)·통역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 인력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50분 인천국제공항 1층 중앙 밀레니엄홀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정부는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와 함께 활동했던 현지인 조력자들과 이들의 가족을 받아들인다”며 이들에게 단계별로 국내 체류 지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우선 아프간인 특별 공로자들이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단기 방문(C-3) 비자를 발급해 입국시킨 뒤, 이후 장기 체류가 허용되는 체류 자격(F-1)으로 신분을 변경해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허용할 방침이다. 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이들의 임시 생활 단계가 지나면 취업 활동에 제한이 따르지 않는 체류 자격(F-2)을 부여해 자립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현행 법령상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거주 비자를 발급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