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약 5개월 여에 걸쳐 실시한 조사활동 결과 사고 원인은 배터리 셀 자체 문제보다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체계 부족 등 4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밝혔다.
합선 등에 의해 큰 전류나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전기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전력을 차단하는 작동하는 장치인 배터리 보호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진단과 함께, 방진, 방습기능 없이 주먹구구로 운영된 것이 절연파괴로 연결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시공업체의 설치 부주의도 원인으로 꼽혔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 셀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정부 대책안 발표가 ESS산업 전반의 안정성 및 신뢰성 확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모호한 시장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위 발표가 각 배터리 업체들에게 완벽히 전향적인 것만은 아니다. 조사위는 화재 원인 중 하나인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과 관련 배터리 업체들의 책임소재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박정욱 산업통상자원부 제품안전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배터리 시스템 전체는 어쨌든 배터리 업체가 총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며 “구성품에 문제가 있으면 그 업체에 1차적 책임이 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배터리 시스템화 하는 부분에서 미흡함이 있었다면 배터리 업체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그간 발생한 ESS 화재와 관련 배터리 업체들과 SI(시스템 통합)업체 간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LG화학은 혼란에 빠졌다. 조사위는 “일부 배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으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다”며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리핑에서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은 됐지만, 실증을 통해서는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도 “그렇지만 조사위원들은 결함이 너무 중대하다고 생각해 위험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보도자료에서 배터리 셀이 ESS 화재 원인이 아니라고 발표한 뒤, 브리핑에서 ‘최종 확인은 못했지만, 배터리 셀이 충분히 화재 원인일 수도 있다’는 식의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가 공식 자료 및 브리핑을 통해 중대한 결함이라고 진단을 내린 만큼 LG화학의 신뢰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LG화학 관계자는 “이번에 결함이 발견된 배터리 셀은 2017년 생산된 것으로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심각한 결함은 아니었다”며 “특히 화재랑 관련이 없으며, 이미 공정과 설계, 검사 등 모든 공정 개선 조치를 취했고, 이에 더해 모든 사이트 점검을 통해 결함이 있을 수 있는 잠재 불량군에 대한 교체도 마무리했다. 이 과정은 조사위에도 모두 공유가 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