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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올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월평균 D램 웨이퍼 투입량은 17만5000장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각각 60만1000장, 42만1000장, 31만1000장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CXMT의 웨이퍼 투입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월평균 D램 웨이퍼 투입은 25만장으로 추정되는데, 올해보다 42.9% 증가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약 13% 많은 67만9000장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추정치는 각각 46만5000장, 33만3000장이다.
웨이퍼 투입량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압도하지만 CXMT의 생산량 증가 규모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3강 과점 구조가 깨질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CXMT까지 4강으로 재편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수익성은 떨어질 공산이 커진다.
삼성·SK 먹거리 범용 메모리 수익성 흔들
레거시(구공정) D램에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집계 결과, 지난달 DDR4 8Gb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7달러로 전월 대비 17.07% 하락했다. 지난 8월에도 전월보다 2.38% 떨어졌는데, 낙폭이 더 커졌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배경에는 중국 D램 공습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있었다. 인공지능(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공급이 부족한 반면 레거시 제품은 수요가 부족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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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규제 등 중국의 기술 성장에 여러 제약이 있지만 추격 속도가 빠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여전히 주요 시장인 레거시 범용 메모리는 중국 업체들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I 효과로 반도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추격은 마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중국이 힘을 상당히 키운 상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삼킨 데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이 한국을 역전했다. 스마트폰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애국소비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밀어내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차세대 제품은 지켜야”…기술투자·인재확보 주문
전문가들은 3D D램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차세대 고부가 메모리로 중국과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높은 시장만큼은 중국에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기술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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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의 경쟁력이 올라온 건 기술 유출 영향이 있고, 이는 인력 유출과 무관하지 않다”며 “물질적인 보상을 비롯한 기술자 처우 개선, 자긍심 고양 등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끊이지 않고 나온다.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자국의 반도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한국은 세제 혜택만 실시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재정건전성이 부담이라면 직접환급 제도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직접환급 제도는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더 크거나 적자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없는 경우 그 차액이나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직접환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급격한 기술 발전과 공급망 재편으로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첨단산업 투자는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