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이 유가 급락·환율 하락·운임 상승 등의 3중고 속에 큰 폭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화학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사들은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내 공장 전경 (사진=여수시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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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3분기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두바이유와 납사의 가격 급락이 꼽힌다. 두바이유는 3분기 들어 약 13%, 납사 가격은 약 9% 하락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환율 하락 여파도 더해졌다. 제품 가격과 원가 사이의 시차로 인한 부정적 ‘래깅(lagging) 효과’가 심화하며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화학업체들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증권가들은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석유화학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20%에서 최대 40%까지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외에도 운임 상승, 공급 과잉이 이어지며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2조8880억원, 영업이익 5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부문 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극재 부문의 원료 투입가 개선 영향과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됐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부문 적자와 태양광 사업 부진 여파가 이어지면서 3분기 매출액 3조2689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공급 과잉 문제와 관련해 미국 대선 등 정책적인 불확실성도 추가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약 1000억~200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물단지로 떠오른 롯데케미칼 미국법인(LC USA)에서 3개월간 진행된 정기보수로 인해 실적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5조2709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롯데케미칼 실적 전망과 관련해 이같은 시장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2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4분기부터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점차 해소되며 적자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소재 부문에서는 중국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시황 개선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업체들이 현 위기를 극복하려면 저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 타이탄 매각이나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 지분 매각 노력은 저부가가치 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LG화학의 양극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외판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범용부문은 원료가 저렴한 해외 생산을 늘리고, 국내는 R&D를 강화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기술력을 확보한 첨단소재부문의 고부가가치 제품은 사업 전망이 밝은 만큼 해당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