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김무성 ‘싸움판’된 與…분당치닫나

이정현, 김무성 겨냥 “3김 정치에 오염된 분들…
정치적 야심의 도구로 의원들 줄 세워“
친박 내에서도 “전대·비대위 ‘꼼수’, 재고해야”
유승민 “지도부버티기, 하루하루 당 망가뜨려”
  • 등록 2016-11-16 오후 4:52:46

    수정 2016-11-16 오후 4:52:46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이정현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대표와 비박 김무성 전 대표의 ‘힘대결’로 치닫고 있다. 각각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한 가운데 서로 “흑심(黑心)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친박은 김 전 대표의 대권을 향한 정치적 야심을, 비박은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전대 과정에서 ‘자기사람’을 심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며 대립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잠룡 지지율 9%’ 발언에 이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 등 비주류 다선의원을 겨냥해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에 완전히 오염된 분들이 당 개혁과 쇄신을 이야기하는데, 도로 3김 정치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정치적 야심의 도구로 쓰려고 하면 이 당은 절대로 쇄신도 발전도 할 수 없다”며 “3김 정치의 전형적인 사고와 목표에 익숙해 핏속까지 그 행태가 흐른다”고 맹비난했다.

이 대표가 비주류의 당 쇄신 행보를 김 전 대표 등 비주류 대선주자의 정치적 야심으로 비하하며 연일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은 조기 전당대회 등 당 지도부서 제시한 쇄신안을 그대로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 김문수 전 경기지사·남경필 경기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원희룡 제주지사 등 대선주자 지지율을 다 합해도 지지율 9%도 안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선 “정말 큰 인물로 큰 정치인으로 잘 처신하고 행동해달라고 하는 덕담”이라고 했다.

친박 내에서도 이 대표의 ‘전대론’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홍문종 의원은 “왜 전대를 하려고 하고 비대위를 구성하려고 하나 속셈이 뻔하다고 (상대 계파끼리) 생각하는 것 아니냐. 대화를 시도하고 하나가 될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도 “전대는 누구 말대로 ‘꼼수가 아니냐’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원의 총의를 모아서 결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간담회는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여러 의원의 말을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비박계도 공세적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전대론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하는 것은 결국 또 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일축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 시점을 거국중립내각 수립 이후로 잡은 건 내각에 진박(진실한 박근혜) 인사를 심으려는 흑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도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지도부의 버티기는 하루하루 당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가운데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주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위원회의 대표단·실무자 연석회의를 열어 ‘별도 지도부’ 구성을 강행했다. 이 자리엔 이 대표가 주재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불참한 정진석 원내대표 등도 참여해 정신적 분당을 넘어 분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분당 가능성은 있지만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있어야 분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분당은 어려울 것”이라며 “당 내홍이 심한데도 분당 얘기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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