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독일 등 주요7개국(G7)이 러시아의 ‘코인 사재기’를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금융 제재를 피하려고 비트코인을 사는 러시아 움직임이 포착되자, 이를 제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차단 조치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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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차단이 불가능합니다. 몇 가지 차단 조처를 할 수 있으나, 빠져나갈 방법이 많아 실효성이 없습니다.
G7이 검토할 만한 차단 조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제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는 러시아 고객의 모든 계정을 동결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인들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 등을 사거나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계정을 동결시키기도 어렵지만 만약 동결시키더라도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입니다. 현재도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각종 개인지갑 앱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개인 간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주고받는 주소는 ‘Ox83e…’ 등으로 긴 숫자나 알파벳이 조합돼 익명 처리됩니다.
둘째로는 러시아 IP 주소(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식별하는 번호)에서의 거래소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앞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고팍스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맞춰 러시아 IP 접속을 차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IP를 가려내 차단하려 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많아 사실상 차단이 불가능합니다. 여러 계정을 만들어 IP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이미 출시돼 있습니다. 총기나 마약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사용돼 논란이 된 ‘모네로’ 서비스는 IP 추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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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술적인 어려움을 뚫고 미국 등 G7이 차단 조치를 강행해도 동력이 불투명합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적당하지 않는 익명성이 보장된 탈중앙화된 화폐’인 코인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최근 CNBC를 통해 “암호화폐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큰 재정적 자유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람들의 암호화폐 접근을 금지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존재 이유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G7의 코인 차단 조치가 경제적인 타격보다는 정치적인 엄포용 정도로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러시아의 코인 거래를 기술적으로 막을 순 없어, G7의 조치는 러시아인들이 코인을 달러나 유로화 등으로 현금화하지 못하게 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G7 조치가 정치적 엄포 수준에 그칠수록 코인의 ‘대체 자산’ 성격은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