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놓지 못한 남방큰돌고래…1개월령 개체는 왜 또 죽었나

IUCN 적색목록상 ‘준위협종’ 분류됐지만
1년생 남방큰돌고래 숨지는 비율은 여전
오승목 “태어난 지, 죽은 지도 얼마 안 돼”
“개체 유지 위해 당국이 종합대책 내놔야”
  • 등록 2025-01-15 오후 2:59:47

    수정 2025-01-15 오후 2:59:47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제주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1개월령으로 추정되는 죽은 새끼 개체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올해 들어 처음 포착됐다.

지난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걸친 채 헤엄치는 모습. (사진=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15일 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3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죽은 새끼 남방큰돌고래를 주둥이에 걸치고 유영하는 어미가 목격됐다.

무릉리, 일과리, 영락리를 비롯한 제주 해상에서는 지난해 3월~4월, 6월, 8월 등에 걸쳐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주둥이에 걸치거나 들어 올리며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7차례 이상 포착됐다.

지난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걸친 채 헤엄치는 모습. (사진=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시 모니터링을 하던 중 올해 들어 처음으로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남방큰돌고래의 모습을 확인했다”며 “사망 개체가 발견된 시점은 지난해보다 약 40일 빠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숨진 개체의 크기와 부패 진행 상황을 고려했을 때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안 되고 죽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산 확률도 배제할 수 없기에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어떤 영향을 받아 이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오 감독은 모니터링을 시작한 2022년부터 연간 10마리 안팎의 새끼 남방큰돌고래가 죽는 상황이 반복됐기에 개체 유지를 위한 관계 당국의 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주둥이에 걸친 채 헤엄치는 모습. (사진=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실제로 제주에서 태어난 1년생 안팎의 어린 남방큰돌고래가 숨지는 비율은 절반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가 지난해 9월 발간한 ‘제주 동부지역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의 보전’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제주에 있는 개체 중 1년생 새끼의 사망률은 2015년 17%에서 2018년 47%로 증가했다.

2018년 이후 1년생인 새끼 돌고래가 숨지는 비율도 비슷한 추세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호주 샤크만(24%), 일본 미쿠라섬(13%)보다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과 MARC는 남방큰돌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제주 동부의 일부 해안선부터 해상으로 5.5㎞까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실효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해 선박 관광 제한 및 근절, 어업 쓰레기 수거 대책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제주 서식 개체가 120여마리로 확인된 남방큰돌고래는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적색목록상 ‘준위협종’(취약종 전 단계)으로 분류된 바 있다.

다만 남방큰돌고래의 죽음은 잇따라 반복되고 있으며 폐어구가 몸에 감기는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한 개체도 여전히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끼 개체일 때 몸에 폐어구가 감긴 ‘종달이’는 지난해 8월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이 나서 일부를 자르기는 했지만 폐그물을 완전히 떼지 못한 채 성체가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성체인 남방큰돌고래가 그물과 밧줄에 감긴 채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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