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각지대에 놓인 '다단계·떴다방' 노인들

여전히 다단계·체험방 찾는 노인들
"뭐가 걱정인지"…위험 인지 못해
지자체 "현장 점검 통해 조치 예정"
  • 등록 2020-06-11 오후 5:21:10

    수정 2020-06-11 오후 10:07:06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방역 당국이 방문판매 업체 ‘리치웨이’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대응에 나섰지만 고령층이 모이는 ‘다단계’ 업체가 방역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가 방문판매 사업장 내 ‘홍보관’ 형태 집합을 금지했지만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 상당수가 여전히 해당 업체에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관악구 한 의료기기 체험방에 “‘리치웨어’, ‘떴다방’ 등에 다닌 분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거리두기 안 하고 교육…“코로나19 걸릴 일 없어”

11일 오전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는 60대 이상 노인 20여명이 출근 중이었다. 이 건물 6층에는 이른바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A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은 모두 회사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등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른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B사가 입주한 인근 건물에서는 점심을 먹으려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나왔다. 대부분 60대 이상 장년층이었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다단계 회사에서는 매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입구에서 방문자 명단을 적고 발열 체크를 했지만, 안에서는 거리를 두지 않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교육을 듣는 모습도 보였다.

감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예방수칙으로 믿고 있는 노인들도 있었다. B사에 근무하는 60대 여성 C씨는 “요즘 지인들에게 회사에 와서 교육을 한 번 들으라고 했는데 다들 ‘코로나 때문에 무섭다’며 꺼려 했다”며 “거리두기 잘 하는데 뭐가 걱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A사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자사 제품을 두고 “예방 효과가 있으니 출근 전 꼭 복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 제품은 목재 분말을 농축한 액체 형태 추출물로, 미스트 등으로 사용된다. 한 직원은 “이 제품만 있으면 땀을 흘리거나 병에 걸릴 일이 없다”며 웃었다.

8일 한 네트워트 마케팅 회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사 제품)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예방한다’며 교육 참석시 지참하라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방판업체 집합금지했지만 ‘다단계’ 사각지대…“조치 예정”

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시에 등록된 방문판매 업체에서 이뤄지는 상품 설명회, 교육·세미나·레크리에이션 등 일명 ‘홍보관’ 형태로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는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했다.

문제는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업장이다. 많은 다단계 업체들이 방문판매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체로 등록해 집합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기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방’ 역시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전 관악구 한 의료기기 체험방에 방문한 60대 최모씨는 “예전에는 자주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노인들이 갈 곳이 많이 없어서 아침에 종종 체험방을 찾는다”며 “지병도 있고 적적해 사람 만나러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무료 체험방 업주 D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기는 했지만 오전에 30여명의 손님이 온다”며 “노인들이 감염에 취약하기도 하고, 관내 확진자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4년 넘게 영업했지만 ‘떴다방’ 같은 곳은 금방 사라지니 잡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 시에 등록된 곳만 집합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떴다방이나 다단계·방문판매업체에서 10인 이상 교육을 진행하는 장소가 있으면 그 곳에 집합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판매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나 떴다방 관련 제보가 오면 현장을 점검해 집합금지명령을 발부하고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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