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공포 덮친 유료방송…"정부, 적극적 개입 필요"[현장에서]

CJ온스타일 송출중단 7일째 지속
매출 감소 유료방송 업계
협상 수단 남발 우려
과기정통부 이용자 보호 위해 나서야
  • 등록 2024-12-11 오후 5:11:16

    수정 2024-12-11 오후 7:11:02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앞으로 협상이 틀어지면 서슴없이 송출을 중단할까 봐 걱정입니다.” 블랙아웃의 공포가 유료 방송 업계를 덮쳤다. 4대 홈쇼핑 중 하나인 CJ온스타일이 일주일 넘게 케이블 TV 사업자 3곳에 대해 방송 송출을 중단한 상태다. 블랙아웃이 장기화되고 정부가 이를 방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사업자들이 블랙아웃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일 자정부터 딜라이브, CCS충북방송, 아름방송 등 3개 케이블 TV 사업자에 대해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들 3개 케이블 TV 사업자의 고객이 해당 채널을 선택하면 일주일째 ‘CJ온스타일에서 방송 제공을 중지해 방송이 중단되고 있다’는 문구만 표시되고 있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 협상’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CJ온스타일은 올해 케이블 TV 사업자들과 송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보다 60% 인하된 송출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송출 중단의 영향을 받은 가구 수는 적지 않다. 딜라이브만 해도 가입자가 200만 명에 달한다. 이번 블랙아웃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방송 송출 중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은 심각한 이용자 권리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블랙아웃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료 방송 생태계에 속한 홈쇼핑사, 콘텐츠 사업자(PP), 유료 방송 사업자 모두 매출 감소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적정 송출 수수료를 놓고 홈쇼핑사와 유료 방송 간, 적정 콘텐츠 대가를 놓고 PP와 유료 방송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TV홈쇼핑 7개사의 작년 방송 매출은 2조7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 매출은 3조7309억원으로 10.2% 줄었고,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수신료 매출은 4770억원으로 2.8% 감소했다. 인터넷TV(IPTV)의 수신료 매출은 7% 증가했지만, 올해부터 성장 정체가 뚜렷해졌다.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블랙아웃이 장기화되면 ‘협상 수단으로 블랙아웃을 사용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방송 업계는 CJ온스타일과 케이블TV 3사의 갈등이 계약 종료 시점에 드러난 것일 뿐, 다른 사업자 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블랙아웃이 협상 수단으로 남발될 경우, ‘홈쇼핑뿐 아니라 방송 콘텐츠까지 송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유료 방송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나 콘텐츠 대가 갈등을 사기업 간 계약 문제로 보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블랙아웃으로 이용자 피해가 가시화된 만큼, 정부는 이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과기정통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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