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자폭 줄인 삼성전자, 10.2조 시설투자 승부수

삼성전자 3Q 실적 발표…DS 손실 6100억 줄어
최악 불황에도, 시설투자 역대급 집행 이어가
"내년 HBM 공급량, 올해 대비 2.5배 높일 것"
전문가들 美·中 추격 관건…"초격차 유지해야"
  • 등록 2023-10-31 오후 5:44:57

    수정 2023-10-31 오후 9:56:44

[이데일리 이준기 조민정 기자] “대만 TSMC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지 않는다. HBM은 그 자체만으로 매력이 있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좋은 기회다. 멈추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6100억원가량 줄어든 3조7500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시설투자에 무려 10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31일 확정실적 공시를 통해 밝혔다. 내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2.5배 늘리기 위한 신기술 확보 등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투자를 이어가는 건 내년 메모리 재고 정상화 및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회복세를 맞아 강력한 흑자전환을 넘어 점유율 확대까지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사의 추격을 제치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반도체 업황 회복은 국내 전체 산업생산 증가까지 견인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9월 산업생산지수는 113.1로 전월보다 1.1% 늘었다.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12.9% 늘어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시설·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을 올바른 방향으로 봤다.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232단 3D 낸드플래시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해 삼성전자(236단)·SK하이닉스(238단)의 낸드 기술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글로벌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HBM3 출시를 건너뛰고 올 하반기 HBM3E 양산 계획을 발표해 삼성·SK의 HBM 기술력에 전혀 밀리지 않음을 시사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반도체 자립 열망이 큰 만큼 우리 기업의 시장 장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삼성·SK를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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