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한국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우리나라의 전략적인 중요성이 커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나아가 러시아까지 견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와의 동맹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 지역 경제권의 맹주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나라를 전략적인 파트너로 삼고자 한다.
“사드·AIIB 관련 논의 국익이 먼저 고려돼야”
사드 배치·AIIB 참여와 관련된 최근의 논의 과정이 기회보단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정작 우리 국익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드는 미국과의 외교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다.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실제로 대북 미사일 위험에 대비해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투입대비 효용성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 사드나 AIIB 등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면 사드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유효한 방어책이 될 수 있는지 지금처럼 중국 지분이 큰 AIIB에 참여할 경우 우리 정부가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둘 중에 하나를 취하든 둘 다를 취하든 누구의 요구를 어떻게 들어줄지가 아니라 국익을 따져서 우리에게 더 유리한 선택을 고민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전략적 모호성으로 유지…“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할 것”
사드 배치와 관련해선 ‘미 측에서 결정한 바가 없고, 요청도 없었고 따라서 협의도 없었다’는 기존의 3NO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AIIB 참여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나중에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 요청이 있으면 그때 가서 종합적인 국익, 안보 차원의 국익, 무기체계로서의 효율성 그런 것들을 다 종합적으로 봐서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AIIB 참여와 관련해선 “상당한 재정적인 부담이 수반된다”며 “경제적·상업적 득실들을 포함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이번 외교전(戰)이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인 역량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